[인재혁명 위한 교육개혁] 아들 둘 외고 보내고 "자사고 개혁"···힘 잃는 고교서열화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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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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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자사고·학종 '내로남불' 어찌할꼬

  •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속출

  • 교육부 제도적 보완…순기능 호소

'인력=국력'인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대학이 무너지게 생겼다. 사교육과 해외유학은 여전히 성행하고, 대선 주자들은 당대 젊은 층을 대변한다며 교육개혁을 공약으로 내놓지만 사장되거나 합의 없이 추진되기 일쑤다. 이에 본지는 총 6회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의 참의미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자녀 교육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거주지를 옮기고,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할 때도 자녀 온라인 수업에 방해될까 눈치 보는 부모가 전혀 낯설지 않다.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게 여겨진다. 약 2년 반 전 방영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장이 심하다고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실화에 기반하고 있다.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는 우리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뛰어나길 바라는 부모들을 자극한다. 특목고 중에는 외국어고등학교가 특히 그렇다. 학교 선택권을 다양화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자사고도 빈부 격차처럼 교육 격차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다만, 고위공직자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가 고교 서열화 폐지 주장 당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고·자사고 진학, 내 아이는 괜찮아?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025년 3월 외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를 규정한 '초증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24개 학교법인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시기는 미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고교서열화 폐지'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뜻을 같이했다. 조 교육감이 예산 낭비 지적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전패한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조 교육감 두 아들은 명덕·대일외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자녀들이 외고를 졸업한 것은 교육감이 되기 8~9년 전 일"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서 조희연이 자사고 개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비판은 저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서울시민이 저를 선출할 때 부여한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비난이 쏟아졌지만 조 교육감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강경하게 버텼다. 문제는 조 교육감 외에도 현 정부 기조에 동조하면서 본인 자녀들은 외고·자사고 등에 보낸 고위공직자가 더 있다는 것이다.

권칠승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20대·21대 총선에서 '고교평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그의 딸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국제고를 졸업했다. 지난 2월 인사청문회에서 권 장관은 "딸이 가는 걸 어떻게 말리느냐"고 반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사회 양극화를 비판하며 "용이 되지 않고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지만, 딸 조민씨는 특목고를 졸업했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연합회는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본인 자녀는 외고·자사고 등에 입학시키면서 다른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며 "국가 미래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내놓은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수가 물 흐려···정부 대응 '난감'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조 전 장관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자녀 입시비리 의혹도 받는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에는 딸 친구 증언 신빙성 문제로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민씨는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 자기소개서에 동양대 총장에게서 봉사상 표창장을 받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을 이수했다고 썼다. 의전원 최종 합격 후 올해 1월 의사 국가고시 문턱도 넘었다. 하지만 법원은 표창장을 비롯한 이른바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명했다.

입시비리 의혹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까지 이어진다. 한영외고 재학 시절 단국대·공주대 인턴 경력을 꾸며 생활기록부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녀 교육에 진심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 비리 논란은 정권을 불문하고 나타났다. 조민씨처럼 수시 전형인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인기 연예인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게 수시 공정성 확보는 난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늑장대응이란 비판 속에 제도적 보완을 할 뿐이다. 교육부는 이달 6일 열린 제20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올해 대입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주요 자료였던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도 올해부터 항목·분량을 축소하고 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완전히 폐지한다. 이는 지난 2017~2018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재임 기간에 예고·발표된 내용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 학생이 정정당당하게 학교에 입학·졸업하고 학위를 따는데, 몇몇이 물을 흐려 제도를 손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사람과 제도가 서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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