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스크·ESG활동역량 봤나요?···'깜깜이 모두 1등'의 웃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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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7-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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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몇 주요원칙 기반 체크하는 수준···높낮이보다 인증서 의미로 최고등급

  • 기업 구체적 ESG역량 알 수 없어···신평사 안팎 "채권평가 회의적" 목소리

올해 2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평가가 도입되고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평정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채권 평가를 받은 60여개 기관·기업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릴레이 최고등급 평가를 획득한 탓이다.

신용평가사 등에서는 초기 ESG채권 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대부분 ESG 관련 체계를 잘 갖췄기에 모두 최고등급으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일관된 기준 없이 평가를 진행하다보니 평가 체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재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ESG채권 발행에 나선 57곳의 기관 및 기업은 모두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ESG채권 평가 방식 의문

이 같은 현상은 우선 ESG채권 평가 방식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SG채권은 등급 평가를 진행할 때 발행사에 대한 재무적 검토와 동시에 조달된 자금이 제대로 ESG 관련 부문에 사용되는지 관리 체계와 적정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ESG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기 때문이다. 발행사가 ESG채권으로 모집한 자금을 별도의 목적에 투자하지 않도록 관련 체계가 빈틈없이 마련돼 있는지 살핀다는 의미다.

문제는 상당수 신평사가 ESG채권 평가에서 관리 체계 부문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평사 등은 결국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만 살핀다면 회사채 평가와 다를 바가 없기에 ESG채권 평가의 특수성을 부각하기 위해 관리 체계 등을 좀 더 면밀히 살피고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신평사 관계자는 "ESG채권 발행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운영할 수 있는지 내부 시스템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최근 ESG채권 평가를 받은 대기업은 대부분 철저한 내부 시스템을 갖췄으며, 반대로 내부 시스템이 미비한 중소기업은 아직 녹색채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신평사 관계자도 "올해 도입된 ESG채권 평가는 대부분 몇몇 주요 원칙에 기반해 체크하는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변수의 여지가 적다"며 "때문에 ESG채권 평가 등급은 높낮이가 중요하기보다는 해당 채권을 인증한다는 의미에서 최고등급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SG채권, ESG 활동 역량과 전혀 무관?

더 큰 문제는 ESG채권 평가가 해당 기관·기업이 ESG 활동에 양호한지를 판단하는데 활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 ESG채권 평가를 받은 기업 57곳 모두 나름의 ESG 관리 체계를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ESG 활동에 적극적인지는 각 기업마다 크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ESG채권 평가 기준은 발행사의 재무적 리스크와 ESG 활동 역량 중 그 무엇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C신평사 관계자는 "회사채 평정 결과로 나타난 신용등급을 통해 해당 기업의 부도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수 있지만 ESG채권 평가는 최고등급이라는 결과로 기업의 어떠한 측면도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며 "신평사 안팎에서 ESG채권 평가 등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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