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숨은 감염자 만들었을 수도"
  • 전문가 "민감도 낮아도 활용 가능성 有"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원인을 놓고 '자가검사키트 책임론'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낮은 민감도의 자가검사키트 도입·사용이 '가짜 음성'(위음성) 사례 증가로 이어지며 4차 대유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가검사키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15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에 따른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묻는 말에 "(자가검사키트 위음성 사례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하지 않아서 정확한 규모를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감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 특성상 실제로는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확인돼 추후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전의 요양병원에서 확진자 24명이 나온 사례가 있는데, 병원에 왔던 환자의 가족이 자가검사키트를 (양성) 확인해서 (이후 PCR 검사 뒤) 거기서 양성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며,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자가검사키트 매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1+1 할인' 판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가검사키트는 코로나19 유증상자가 스스로 비강 도말 검체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해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수단이다. 자가검사키트는 유전자증폭 검사보다 접근성에서나 심리적 편의성에서나 부담이 덜한 데다 일회용 키트가 5000원 안팎으로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15분 내외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편의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존 유전자 검사(PCR)나 의료인·검사 전문가가 콧속 깊은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항원검사보다 민감도가 낮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사용에 반대해왔다. 민감도가 20%도 넘지 못하는(17.5%·서울대병원 연구팀) 자가검사키트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위음성 판정 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12일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 방역'을 들고나오며 노래연습장 등 출입을 위한 자가검사키트 활용론이 떠올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청와대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한계에 충분히 유의하면서 보조적인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숨은 코로나 감염자를 더 빠르고 손쉽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속한 도입을 요청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속 허가 방침을 보고했고, 4월 말 시중 판매를 본격화하게 됐다.

자가진단키트를 둘러싼 우려를 고려해 방역당국도 자가검사키트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하도록 권고했으며, 자가검사 후에는 반드시 추가 PCR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권고했다.

이후 4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의 자가검사키트 제품을 조건부 허가했다. 당시 식약처는 '3개월 이내에 자가검사에 대한 추가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달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안전 통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관련 긴급 구청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자가검사키트 도입 후 3개월여 만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이번 4차 대유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는 '양성' 임에도 자가검사키트로 '음성' 판정을 받은 위음성 확진자가 추가 PCR 검사 없이 일상생활을 했고, 지역사회 곳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대유행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진행형인 4차 대유행과 자가검사키트의 연관성을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자가검사키트 역시 당장 사용을 멈추기보다는 미비점을 보완해 미국, 유럽 등과 같이 특정 집단·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등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특정 사실에 대해 발표할 때는 예방률, 돌파감염률 등과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추측만으로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며 "정말로 영향을 미쳤다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켰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퇴출하는 것이 아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사용법, 신뢰도에 대해 정확히 교육하는 동시에 자가검사키트로 찾아낸 확진자 수보다는 자가검사키트의 감염 차단 효과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도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 401명이 발견됐다며 자가검사키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20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민감도 등 우려에도 자가검사키트를 PCR 검사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계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 과장은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앞으로 확진자가 어느 정도 증가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맞춰 임시선별검사소 확충 등 시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을 넘어서는 한계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도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본에서도 선별검사소를 설치할 수 없는 도서벽지에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유도하고 있다"며 "소백산국립공원 사무소의 집단감염을 찾아낸 것도 처음 시작은 자가검사키트의 양성반응이었다"고 밝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19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임시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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