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초읽기] 8월부터 통화정책 논의 시작…1700조 가계부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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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7-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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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17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경고등이 켜졌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 열풍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시 금리 인상 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소수의견 등장에 8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행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8월, 10월, 11월과 올해 1월, 2월, 4월, 5월에 이은 아홉번째 동결 결정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국내 경제의 경우 수출과 투자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겠지만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지난 5월 전망대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5월 전망 경로를 웃돌아 당분간 2%대 초중반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1.25%→0.75%)을 단행한 뒤 지난해 5월 0.25%포인트를 추가 인하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1년이 넘도록 기준금리 0.5%로 묶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전개 상황,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소수의견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고승범 금통위원 1명이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높이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통위에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4월의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 결정을 내렸는데, 조동철·신인석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이후 한 달 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로 0.25%포인트 더 내렸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이라는 문구가 지난해 4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부활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표현은 지난 2017년 11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처음 등장한 후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사용돼왔다. 특히 2018년 10월에는 기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에서 이번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문구와 같은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으로 바뀐 뒤 한 달만인 그해 11월 금리 인상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소수의견이 존재했던 것도 이번과 같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금통위의 이러한 표현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다음(8월) 금통위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8월 인상을 결정한 바 없고 타임테이블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대출…금리 인상 타격 불가피
문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30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새 6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전달 공모주 청약 증거금 반환 등으로 대출 규모가 일시 감소하는 듯 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하면서 상승 전환한 것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은행권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 늘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기관 전체로 넓혀보면 가계대출 규모는 더 커진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억원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 대부업,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가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의미한다.

가계부채가 역대급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85∼3.90% 수준이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보다 하단이 0.86%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4대 은행의 16일 현재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49∼4.03%를 보였다. 이는 작년 7월 말(2.25∼3.96%)보다 최저 금리가 0.24% 포인트 오른 수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신규 대출자뿐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도 대출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73%가 넘는 차주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데다, 신용대출 역시 약정에 따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개인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는 이자 부담이 5조9000억원 늘어나며,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는 경우 이자 부담이 2조9000억원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총잔액(1630조원)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72.2%)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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