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안전지대 없다"...기후변화와 전쟁 중인 전 세계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7-20 05:00
기후변화 여파로 극심해진 기후 재난에 미국과 독일 등의 선진국조차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구촌에서 기후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어디에도 없으며, 강대국의 권력자와 부자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마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최근 유럽과 북미를 강타한 극심한 기상재해로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늦추기는커녕, 기후변화와 공존할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NYT가 이런 평가를 낸 데에는 지난달 중순부터 북미 지역을 강타한 '100년 만의 폭염' 사태와 지난주 독일과 벨기에를 비롯한 서유럽 지역을 휩쓴 기록적인 폭우 사태가 배경이 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사진=AP·연합뉴스]


여름에도 선선한 날씨로 에어컨조차 필요 없던 북미 지역에선 최고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져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물고기, 식물조차 강한 햇볕에 익어버렸고, 고온으로 산과 주거지에 저절로 불이 붙기도 했다.

지난 13~14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 등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독일 최대 강물인 라인강이 범람해 지난 18일까지 200여명의 수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독일 보험업계는 이번 수해로 인한 보상금 규모가 지난 2013년 기록했던 최고치인 93억 유로(약 12조5849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인 독일 라인란트팔츠주의 말루 드라이어 주총리는 "지난 몇 년간 홍수에 대비해 10억 유로 이상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이번 폭우는 너무 빠르고 엄청난 규모여서 대응체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18일 수해 현장에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초현실적인 광경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폐허"라고 말하며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속도를 내야 한다. 수해 대책은 물론 농림 정책을 수립할 때에도 최대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조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중 하나인 미국과 독일조차 이번 폭염과 폭우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기후 위기가 선진국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인류와 사회를 멈춰 세운 코로나19 사태와 비교해,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자연재해는 문명을 초토화한다는 점에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문제라고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예일대가 격월로 발간하는 온라인 과학저널 과학생태학저널(Journal of Industrial Ecology)에 게재된 논문인 ‘성장의 한계 업데이트(Update to limits to growth)’는 "오는 2040년을 기점으로 인류의 경제·산업 성장이 멈추고 쇠퇴의 길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구 자원의 과잉 개발을 멈추고 인류의 발전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NYT는 북미와 서유럽의 폭염·폭우 사태를 두고 냉정하게 말한다면 '자업자득의 결과'라고도 비판했다. 선진국들이 앞서 100년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해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한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이전까지는 기후변화의 피해가 주로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이 취약한 저개발 국가들에서 발생했고, 선진국 그룹은 이들 국가의 피해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만큼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전의 환경 오염 책임을 회피해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선진국 국민들은 '날씨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었다"면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바로 '기후 적응'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토 교수의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아니었다면 북미 지역의 이번 폭염 사태는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었다는 결론을 도출한 상황이다.

울카 켈카르 국제환경연구기관 세계자원연구소 인도지부장은 “그간 개발도상국이 기상이변으로 막대한 피해를 당했지만, 이는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의 책임으로 축소됐다"면서 "기후재난이 더욱 극심해지고 선진국을 강타하자 기후변화 대응을 호소한 개도국들이 '양치기 소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기후변화로 국토가 바닷물에 가라앉고 있는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기후취약국포럼 성명을 통해 "모두가 공평하게 피해를 보는 건 아니지만, 최근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은 기후위기 상황 앞에선 몰디브 같은 작은 섬나라뿐 아니라 서유럽의 선진국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회의가 이번 사태를 겪은 선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19일(현지시간) 독일 알테나에서 발생한 홍수로 떠내려간 부모님의 집 앞에서 두 형제가 실의에 빠져있다.[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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