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이후 급등한 전셋값…'신규·갱신' 이중가격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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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1-07-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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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단지라도 갱신 계약은 6억원, 신규 계약은 11억원

  • '갱신'도 2년 후 보증금 폭탄 우려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아주경제DB]


지난해 임대차법 시행 이후 같은 아파트에서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전세시장 '이중가격'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라도 새로 전셋집을 구했는지,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했는지에 따라 전세 보증금이 수억원씩 차이 난다.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존 세입자도 2년 후엔 전세 난민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3일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5m²가 전세 보증금 11억원에 거래됐다. 사흘 전인 10일에는 같은 면적이 보증금 5억775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 비슷한 시기에 거래됐는데 보증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전용면적 94㎡는 지난 6일 23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3일 같은 면적이 15억7500만원에 전세계약이 된 것과 비교하면 전셋값 차이가 무려 7억원이 넘는다. 현재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전세 호가가 25억~26억원인 것을 보면 지난달 계약된 전세는 갱신 계약으로 보인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가 이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이중가격을 찾기 어렵지 않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이달 7일 13억1250만원에 전세계약이 됐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달 10일 23억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쓴 상태였다. 한 달 만에 10억원이 줄어든 가격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이 낮은 거래는 기존 계약을 갱신하며 보증금을 5%만 올린 거래일 것”이라며 “요즘 전세 시장에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두 개의 시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이중가격 현상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전용 85m²) 전세는 5월 25일 5억8275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나흘 뒤인 같은 달 29일에는 같은 면적, 비슷한 층의 전세물건이 8억원에 계약됐다. 울산 남구 롯데캐슬골드는 6월 같은 면적 전세가 2억5200만원과 3억8000만원에 각각 거래되기도 했다.

이날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0.96%, 서울 평균 전셋값은 15.33% 올랐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 1년(2019년 8월~2020년 7월) 동안 전셋값이 평균적으로 전국에서 2.01%, 서울에서 3.27% 오른 것과 비교해 보면 상승 폭은 각각 5.4배, 4.68배에 달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셋값 상승률은 거래 비중이 높은 갱신 물량까지 포함해 계산된 것"이라며 "신규 계약으로만 따지면 최소 평균 전셋값 상승률의 2배 이상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로선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당장은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갱신한 계약 기간이 끝난 2년 뒤에는 대폭 오른 전세 시세에 맞춰 계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갱신이 진행되고 신규로 계약할 시기가 오면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급격하게 침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현재 전셋값으로 계약하거나 오히려 오른 가격으로 계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집주인들은 5%만 올릴 수밖에 없었던 임대료에 대한 보상과 앞으로의 계약을 고려해 전셋값을 높게 책정할 것"이라면서 "5%만 올리고 갱신한 사람들도 새로 재계약할 때가 되면 크게 오른 전셋값으로 계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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