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한국 이순신'이 '일본 코로나'보다 더 올림픽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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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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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현수막' 철거 논란을 계기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편파적 일 처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기여'를 목표로 올림픽 내 정치적 선전을 금지한다는 IOC의 기조에 대한 의구심이 이번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계기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순신 현수막 철거 논란에 대해 "올림픽 선수촌은 선수들이 서로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받는 구역이며, 어떤 발언이든 간에 (서로를) 해치지 않는 상황을 조성하려는 보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빅사이트'에 설치된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이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바흐 위원장은 "IOC가 왜 해당 현수막이 IOC 헌장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동에 걸린 '이순신 현수막'(위)와 16일 해당 현수막을 문제 삼으며 욱일기 시위를 하고 있는 일본 극우단체 관계자(아래).[사진=연합뉴스]


이에 바흐 위원장은 "어제(16일) 히로시마에 방문했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IOC의 요청에 따라 한국 선수단에서 현수막을 수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각 선수들은 기자회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면서도 "경기장이나 올림픽 선수촌과 같은 보호구역에선 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올림픽 정신을 지지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 아래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 권리를 인정하면서, 올림픽 공식 일정과 관련 장소에선 통념을 존중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같은 날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JOC) 회장 역시 유사한 논리를 전개하는 한편, 올림픽 관계자들이 이순신 현수막을 '정치적 발언'으로 판단했다는 점을 암시했다.

세이코 회장은 "(사람마다) 각자의 관점이 있더라도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건 삼가야 한다"면서 "모든 참가자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4일 일본에 도착한 한국 선수단 선발대는 숙소 테라스에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작성한 '장계(狀啓)'에서 따온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대한체육회는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해당 현수막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 없이 선수들의 힘을 북돋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 언론과 정치권은 격하게 반발했다.

전날인 16일에는 일본 극우세력이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욱일기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고, 같은 날 낮 IOC 관계자 역시 한국 선수단 사무실에 직접 찾아와 항의하며 서면으로 두 차례나 철거를 요구했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17일 해당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일본 측의 욱일기 게시·소지·응원에 대한 향후 IOC의 동일한 판단을 약속받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IOC의 '고무줄 판정'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IOC는 IOC 헌장 50조를 통해 '올림픽 기간 어떤 장소에서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준비 과정에서 JOC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와 대한 체육회는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IOC는 "JOC에 문의한 결과, 성화 봉송로 내 독도 표시는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이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답하며 일본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IOC는 이번 이순신 장군 현수막 사건 역시 사실상 일본 측 주장에만 기반해 IOC 헌장 위반과 철거 결정을 내렸다. 해당 현수막에 대해 대한 체육회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IOC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반발한 일본 언론과 정치권, 극우세력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흐 위원장 행보도 입방아

아울러 바흐 위원장의 16일 히로시마 방문 일정과 각종 발언 역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지인 히로시마는 과거 평화와 반전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 평화헌법 개정 찬반파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소가 됐다. 그러나 최근 자민당 등 일본 보수파가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정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히로시마의 상징성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히로시마를 방문한 바흐 위원장은 현지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취소하라는 시민 단체의 시위에 직면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의 일본과 도쿄도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인식 역시 비판받고 있다. 

17일 바흐 위원장은 이날 선수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데 대해 "확진자들은 모두 격리됐기 때문에 선수단과 일본 국민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7월 1일부터 전날까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수치는 0.1%(1만5000여명 중 15명)에 불과하다"면서 "감염 즉시 격리해 다른 참가 선수나 일본 국민에게도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흐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취소 여론이 거세졌던 지난 5월 24일에도 "도쿄올림픽 개최를 실현하기 위해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말해 일본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완화할 경우 관중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해, 그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말 일본 일간지 겐다이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일본 국민이 어떻게 되든 도쿄올림픽만 개최하면 된다는 의미"라는 스포츠 작가 쓰다 도시키가의 비판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의 코로나19 제5차 재유행세는 연일 악화하는 상황이다. 일본 NHK에 따르면, 전날까지 일본 전역에는 388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신규 감염세가 도쿄도(1410명)·가나가와현(539명)·사이타마현(318명)·치바현(244명) 등 수도권에 집중했다. 다만, 홋카이도(111명)와 오사카부(380명)·효고현(122명)·교토부(52명) 등도 확진자가 늘고 있어 전국적인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기준 일본 각 지역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현황.[자료=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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