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비트렌드]"아이스크림이 1만2000원?"…여론도 자본도 들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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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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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쉐가오 등 왕훙 브랜드 인기몰이

  • 온라인 플랫폼 타고 매출 고공행진

  • 디자인·마케팅·컬래버 등 적극 활용

  • 자본시장도 눈길, 잇따라 자금 유치

  • 고가·품질문제·허위광고 지적 여론도

[그래픽=이재호 기자 ]


베이징에 거주하는 30대 가정주부 천(陳)씨는 지난달 '6·18 쇼핑데이' 행사 기간 중 280위안(약 5만원)어치의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중쉐가오(鐘薛高)와 중제(中街)1946 등 최근 중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제품을 고루 담았다.

천씨는 "남편은 술맛이 나는 제품, 아이는 하얀 토끼 모양의 아이스크림 등 각자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의 질주가 거세다.

차별화된 품질,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 등을 앞세워 급속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니 자본도 몰려든다. 지난 5년 새 외부에 공개된 투자 사례만 24억 위안(약 4250억원) 수준이다.

조만간 기업공개(IPO) 시도까지 기대될 정도로 자본시장 내 관심도 커져 가고 있다.

◆외국계 밀어내고 온라인 장악

하겐다즈와 네슬레, 영국계 월스 등 외국계 브랜드가 장악해 왔던 중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토종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른바 왕훙(網紅·온라인상의 유명세)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2018년 설립된 중쉐가오는 지난해 1~6월 알리바바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1억2800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문량은 90만5000건, 평균 구매가격은 141.82위안이었다.

같은 해 광군제(11월 11일) 쇼핑데이 때는 티몰에서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은 3400만개에 달했다.

또 다른 왕훙 브랜드 중제1946은 지난해 5월 창립 5주년 행사 때 2000만 위안어치의 아이스크림을 팔아 치웠다. 하루 아이스크림 판매액으로 역대 최대치다.

시장조사기관 CBN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60여개였던 온라인 아이스크림 판매업체는 2019년 140개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해 광군제의 경우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3% 급증하기도 했다.

브랜드별로 연간 매출액이 최대 수백억원을 넘다 보니 자본시장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중쉐가오는 지난 5월 완우(萬物)와 톈투(天圖) 등 엔젤 캐피털 업체들로부터 2억 위안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중국 금융시보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에 대한 투자의 경우 2015년 9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32건이 이뤄졌다"며 "투자액은 24억 위안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1~2년 내에 IPO에 도전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젊은층 눈길 끄는 마케팅·컬래버

중국 첸잔연구원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의 아이스크림 시장은 2018년 1241억 위안, 2019년 1380억 위안, 지난해 1470억 위안 등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올해는 1600억 위안 돌파가 유력하다.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 외국계가 프리미엄 시장을, 멍뉴(蒙牛) 등의 업체가 중저가 시장을, 우양(五羊) 등 지방 업체가 저가 시장을 분점하는 구조다.

왕훙 브랜드가 치고 들어온 온라인 시장은 사실상 무주공산 상태였다.

중쉐가오와 중제1946 등은 최고급 원료 사용, 아기자기한 디자인, 다른 업종과의 다양한 협업 등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쉐가오가 쓰촨성 루저우의 유명 바이주 브랜드인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와 손잡고 술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던 게 대표적이다.

중제1946도 헤이티 등 밀크티 브랜드, 융푸(永璞)와 같은 커피 브랜드와 제품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생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미리 홍보한 시간·장소에 잠깐 매장을 열었다가 금방 철수하는 팝업 스토어 등의 마케팅 수단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급성장을 이룬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쉐가오(왼쪽)와 중제1946의 제품. [사진=각사 홈페이지 ]


◆가격·품질 놓고 비판 여론도

중쉐가오가 올해 출시한 신제품의 최저 가격은 15위안이며 20~35위안대 가격이 대부분이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과 맞먹는 가격으로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이다.

'에콰도르 핑크 다이아몬드'라는 제품은 개당 가격이 66위안(약 1만2000원)이다.

중제1946과 아오쉐(奧雪) 등 다른 브랜드의 가격대도 비슷하다.

누리꾼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아이스크림의 모양은 갈수록 아름다워지지만 가격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아이스크림을 즐길 자유를 잃었다" 등의 글을 남기며 가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아오쉐 관계자는 "업체마다 매년 20개 이상의 신제품을 내놓지만 살아남는 건 1~2개에 불과하고 때로는 전부 도태되기도 한다"며 "가장 잔혹한 싸움"이라고 변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품질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것도 문제다.

2019년 아오쉐는 운송 과정에서 계란 노른자를 사용한 제품에 대장균 등의 세균이 번식해 비난 여론에 직면했었다.

같은 해 상하이 시장감독관리국은 중쉐가오에 벌금 부과 등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 분지에서 재배되는 특급 적포도만 사용한다고 홍보했는데, 사실은 1급 벌크용 적포도를 쓴 게 들통나 허위 광고로 처벌을 받은 것이다.

금융시보는 "이른바 왕훙 브랜드는 온라인 노출 빈도와 판매량에만 신경을 쓴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매년 여름 많은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처박혀 있다가 없어지는데, 품질 문제가 드러난 브랜드는 더 빨리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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