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머니무브]은행 사모펀드 반토막난 사이…증권사는 몸집 확 키웠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봄 기자
입력 2021-07-12 1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은행권, DLF·라임 등 잇단 환매중단 사태로 자금이탈

  • 증권사, 고위험 상품 선호 투자자 몰려 독주체제 굳혀

  • 금소법·고난도상품 숙려제 도입에 판매 격차 더 커질것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가 3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파생결합상품(DLF), 라임 등 잇단 환매 중단 사태의 영향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투자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에 따른 책임 강화를 이유로 사모펀드에 등 돌린 사이, 비교적 규제가 적은 증권사들은 판매 규모를 키워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연이은 펀드 사태에 사모 안 파는 은행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6조9889억원을 기록했다. 한달 새 1537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전년 말 대비로는 1조4400억원 줄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는 5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 2019년 7월 말 29조51억원을 기록한 뒤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였으나, 3년이 채 안 된 현재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고를 살펴보면 자금 이탈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권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2조7792억원으로 집계돼, 2019년 6월 말(11조1537억원)에 최고점을 찍은 뒤 75%나 급감했다. 1년 전(5조3096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은행권 사모펀드 개인 판매 잔고는 2조원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의 사모펀드 잔고가 지속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연이어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 때문이다. 2019년 대규모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등에 따라 위축된 투자심리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사모펀드는 은행을 통해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사모펀드는 은행에서 씨가 마른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잇단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찾는 고객군이 줄었다"며 "은행들도 사모펀드 판매에 따른 책임이 강화돼 판매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시장서 증권사 독주체제 굳건해지나
은행권이 사모펀드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증권사들은 몸집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 기준 증권사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390조390억원을 기록해 올해 들어 21조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사모펀드 잔액(455조2767억원)의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증권사들은 은행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잔고도 지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증권사의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14조7581억원을 기록해 전달(14조6051억원)보다 1000억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말(13조6780억원) 대비로는 1조원 넘게 늘어난 만큼,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수요가 꾸준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은행 및 증권사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투자성향 차이가 꼽힌다. 은행은 1%대의 예·적금 금리보다는 높지만 직접투자보다는 낮은 수익률을 원하는 '안정지향형' 투자자가 많은 반면, 증권사의 경우 공격투자형 투자자가 많아 원리금 손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반면, 증권사의 경우 투자자 자기 책임의 원칙 하에 고위험 상품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연이은 펀드 사태로 은행을 통한 사모펀드 가입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들만 증권사를 통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소법·고난도상품 숙려제 도입에 추가 위축 불가피 
시장에서는 앞으로 은행과 증권사 간의 사모펀드 판매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 시행 등에 따라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3월 25일 첫 시행된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의 적용 범위를 금융상품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기면 판매사에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며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 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형사적 처벌도 가능해진다. 금소법 시행으로 판매사 의무 및 처벌규정이 강화된 탓에 은행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 문제를 우려해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도입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숙려제’ 역시 은행과 증권사의 펀드 판매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이 큰 금융투자상품으로, 원금의 20% 넘게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펀드(DLF), 주가연계증권(ELS), ELF를 포함한다. 이러한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는 판매·계약 체결 등 전 상담 과정을 녹취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펀드에 가입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최대 9일간의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을 부여해야 해, 투자자들이 청약 철회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더해 오는 10월부터는 수탁사(은행)의 펀드 감시 책임을 한층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판매한 펀드에서 환매지연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과 펀드 운용사가 함께 책임을 져야하는데, 수익(수수료) 대비 책임이 커 사모펀드를 비롯한 펀드 자체를 판매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