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 법제화] 거래소를 '업소'라 부르는 정부, 與 제정안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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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1-07-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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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개정되기 전 개정안을 놓고 여야 간 논의가 한창이던 2019년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법안 초안에 명시된 단어 하나를 놓고 찬반이 나뉘었다. 초안은 가상자산(코인) 거래소를 비롯한 사업자를 '업소'로 규정했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혔다.

야당과 업계는 '불법 업소', '퇴폐 업소'를 연상시킨다며 '사업자' 등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아직 제도화하지 않은 시장인 만큼 업소로 불러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최종적으로는 '가상자산사업자'로 수정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상자산 '업소'는 지난 4월 국회에 다시 소환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4월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특금법상 현재 등록된 취급 '업소'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은 은 위원장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날이었다. 한달여가 지난 5월26일 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짧은 시간에 말하다 보니 그렇게 이야기가 됐다. 투자자들이 거래하는 '업소'가 어떤 상태인가 알고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십사 했던 것"이라며 '업소'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범부처 합동 회의에서도 '업소'는 나왔다. 5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이 발표되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진행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이 관계자는 "가상자산 업소", "거래 업소" 등 총 여섯 차례 '업소'를 등장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5일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코인 시장을 규율하는 업권법을 제정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이에 응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여당 TF 방침에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업권법 제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장관(은 위원장)이 거래소를 어떻게 일컫는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거래소를 '업소'로 부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시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내에서도 업권법 제정에 부정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그간 정부의 기조는 일관됐다. '이(코인) 시장은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 (시장에) 들어갈 사람은 들어가되, 위험성은 오롯이 감수하라'는 것이었다"며 "업권법이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더라도 제정하는 순간 국가가 시장을 '공인'해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게 되고, 자칫 코인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업소'에 대해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업소에 부정적 의미가 내포돼 있기는 하지만, '업이 이뤄지는 장소'라는 뜻에서 장관 등이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가상자산 TF는 지난달 23일 열린 1차 회의에서 금융위에 국회에 발의된 업권법 제정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검토한 후 TF에 보고하도록 했다. 5일 2차 회의에 금융위는 입장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입법화에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오는 12일 예정된 3차 회의에선 금융위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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