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이례적 식량난 인정한 북한...인도적 지원 남북대화 시작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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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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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식량상황 악화...전문가들 "인도적 대북지원 돌파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한 가운데, 인도적 대북지원이 남·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한 데 대해 한국과 미국에 민생과 관련한 대북제재는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은 '2020 연례결과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북한에 심각한 식량 부족과 영양 결핍에 대응하기 위한 명목의 500만 달러와 코로나19 대응 명목의 90만 달러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85만8000t(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은 수입이나 원조로 공급이 해소되지 않으면 오는 8월부터 10월 사이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북한 내 환율과 식량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불안정성도 증가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의 '북한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분석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시장 환율이 급락한 이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북한 내 쌀 가격은 0.5~0.6달러/㎏에서 최근 0.9~1.4달러/㎏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매체들도 북한의 식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도 지난 15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외환 사용 통제가 엄격해지고 위안화가 급락하면서 주민들이 현금보다 물건을 가지려 한다"며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을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환율과 식량 가격 변동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것은 국가의 비공식 거래 시스템인 시장(장마당)을 흐트러뜨리고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어려워지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했다. 북한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명령서를 발령하기도 하는 등 전원회의 기간 내내 민생 안정과 경제난 타개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올해도 농업 생산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보도를 내놨다. 신문은 "농업전선은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이라며 "쌀 생산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량난이 체제 불안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식량 상황이 오히려 남·북·미 대화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2~23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은 잇단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만남을 생각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대미 담화의 수위는 적절히 조절했다. 이를 두고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1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긴밀하게 협의해가면서 (식량 지원) 카드로 쓰라는 것"이라면서 "(민생 관련 대북)제재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미국 제약사가 만든 코로나19 백신도 북한과의 관계를 푸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 사람들은 미국 욕을 하면서도 미제는 좋아한다"며 "2019년 2월 말에 북한이 내놓았던 요구에서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정도로 북한 요구를 들어주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면 북미 협상은 꼭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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