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60만 유튜버 잠적하게 한 'BJ 코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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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6-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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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무면허 논란 이어 가상화폐 관련 폭로 나오자 잠적한 유명 BJ

  • 인터넷 방송 '큰손' A씨 BJ 환심사 코인 홍보하고 상장시키려 했다는 의혹

  • 주식시장이었다면? '시세조종 행위' 해당...하지만 가상화폐서는 처벌 근거 없어

BJ 겸 유튜버 '노래하는코트'(왼쪽)와 BJ 쪼다혜 [사진=SNS 캡처]

 
6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BJ 겸 유튜버 '노래하는코트(이하 코트)'가 유튜브 채널을 삭제한 뒤 돌연 잠적했다. 시작은 전 연인이 폭로한 성매매·무면허 운전 논란이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한 코인(가상화폐)을 미리 사 두는 이른바 선취매 의혹까지 불거지자 모습을 감췄다. 코인을 선취매한 뒤 되팔 경우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어 사실상 시세 조종 행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여러 명의 BJ가 이런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연인 간 폭로전이 인터넷 방송계 코인 게이트로 번지는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 BJ들이 특정 코인에 투자한 뒤 방송에서 해당 코인을 언급하거나 시청자들의 투자를 유도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BJ 쪼다혜는 전 연인이었던 코트가 아프리카TV에서 '큰손'으로 불리던 A씨와 상장을 앞둔 코인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폭로 내용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 개발·운영 기업 대표인 A씨는 코트를 비롯해 유명 BJ들에게 거액의 별풍선을 선물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진=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실제로 A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을 BJ들에게 선물하거나 특급 호텔에서 방송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A씨는 한 BJ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 두 달간 선물한 별풍선이 약 520만개 이상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약 5억2000만원(별풍선 1개당 100원)에 달한다. 쪼다혜는 A씨가 선물 공세로 BJ들의 환심을 산 뒤 본인이 개발한 코인을 홍보하고 상장시키려 했다고도 덧붙였다.

코인 거래소가 잡코인 정리에 나서는 상황에 BJ들의 이런 행위는 누리꾼을 공분하게 했고, 코인에 투자한 BJ 색출에도 나섰다. 누리꾼들의 분노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프로게이머 출신 BJ 염보성과 이영호를 비롯해 일부 BJ는 A씨 관련 코인에 투자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2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이영호는 "누구에게 투자하라고 권유한 적은 없다. 어머니는 2억원 상당을 투자하고 싶어했다. 예전부터 코인에 관심이 많아 어머니와 상의한 뒤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한 돈은 돌려받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지만 누리꾼들은 "코인을 많이 했다면 누구보다 수익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코인으로 돈 벌어본 이영호가 코인에 대해 몰랐다는 것이냐" 등 해명이 변명에 불과하다고 쓴소리했다. BJ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해당 코인을 매수할 경우 선취매한 BJ들이 매수세로 오른 시세에 보유 물량을 팔아 차익 실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코인의 경우 시세가 크게 출렁일 수 있어 BJ들의 행위는 충분히 세력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세조종 행위는 주식시장에서 자본시장법 176조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코인을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코인 시장에서 시세를 띄우는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는 셈이다. 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7년 코인 열풍 당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17년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작년에 재발의한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최소한 무형자산으로라도 인정해 시장의 틀과 상품 거래의 규율을 세워 시장이 혼탁하지 않도록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코인류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시장 자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TV에서 '큰손'으로 불리던 A씨가 코인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사진=아프리카TV 방송화면 갈무리]


한편 A씨는 23일 코인 논란에 대해 "가상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BJ들에게 투자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프라이빗 세일로 판매한 코인은 일정 기간 입출금이 막혀(록업) 있어 코인이 상장돼도 코인을 판매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BJ들에게 투자받은 금액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본업인 사업에 집중하겠다. 자신은 사기꾼이 아니다. 정직하게 돈 벌겠다"고 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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