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매 순간마다 조금씩 다르고 낯선...이강소 ‘몽유’

전성민 기자입력 : 2021-06-18 06:00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이강소 화백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매 순간마다 조금씩 낯선 저에 의해 그려지는 회화들, 그리고 매 순간마다 조금씩 낯선 저에 의해서 문자처럼 써지는 회화들, 순간 저에게 매혹적으로 자극을 준 색채에 의해 그려진 회화들. 그리고 붓질들의 느림과 빠름을 경험해 봤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습관적인 붓질로부터 조금씩이나마 벗어나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78세의 거장 이강소는 마치 꿈속의 신선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각자의 다름, 과학, 철학과 함께 발전하는 예술, 가상의 세계, 문명, 기, 색채, 속도 등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했다. 뚜렷한 철학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점점 더 느껴졌다.

이강소의 개인전 ‘몽유(夢遊·From a Dream)’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했다. ‘몽유’는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2021년까지 완성한 회화 30여점을 엄선한 전시다. 신작을 중심으로 ‘화가’ 이강소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강소는 한국 현대미술과 동시대미술사를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다. 그는 실험미술의 새로운 움직임을 이끌던 19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설치·사진·비디오·판화·회화·조각 등 매체에 구애받지 않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쳤으며, 특정 사조나 형식적 방법론에 안주하지 않았다.

작가와 4번째 개인전을 연 갤러리현대는 “‘몽유’는 그의 회화 작품에 작가의 독창적 세계관이 구체화되는 방식, 그 시각적, 형식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실험미술 작품과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회화 작품이 공유하는 작가적 문제의식 등을 동시에 살피는 전시다”라고 설명했다.

‘꿈속에서 놀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 전시 제목 ‘몽유’는 이강소의 철학적 세계관을 함축한 단어다.

이 작가는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양쪽을 다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나에게 이 세계는 엄청난 신비로 가득하다. 동시에 정신 차릴 수도 없이 복잡하고 가공스럽다. 만물은 생명을 다해도 그 원소들은 없어지지 않는다”라며 “흩어지더라도 우주의 구조와 함께 알 수 없는 인과의 생멸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생멸의 연기는 우주 저 멀리까지 펼쳐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0년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작가는 ‘청명(Serenity)’이라는 제목의 회화 연작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전시에 출품된 ‘청명’ 연작에 관해, “내가 밝고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면서 붓질을 했을 때, 그것을 보는 관객도 ‘청명’한 기운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어떤 순간의 감동을 담아 그렸기 때문에 다시 그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층 전시장에서는 빠른 붓 놀림으로 굵은 선을 표현한 ‘청명’ 연작 3점과 ‘강에서’(1999) 연작 3점을 소개한다. 관객은 1990년대 말, 2010년대 중반, 2020년대에 이르는 이강소 회화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가는 “내 작품에서 기는 중요한 요소”라며 “그린 사람의 힘이 보는 사람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 전시장과 2층 전시장에서는 역동적인 획과 대담한 여백의 다채로운 변주에 집중한다.

이 화백은 “쓰이는 대로 그려지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어떤 때는 급하게 빠르게, 어떤 때는 천천히 느리게 붓을 움직인다”며 “나는 의도하는 것을 싫어한다”라고 설명했다.
 

‘청명’ 연작 3점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2층 전시장에는 이강소의 작품에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그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 새와 배 등의 형상이 추상적 붓질과 함께 등장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새, 사슴, 배 혹은 산, 집과 같은 단순하지만 유동적인 이미지 기호는, 그려지다 만 듯 몇 개의 선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화백은 “오리로 보든 배, 사슴으로 보든 상관없다. 보는 사람이 인지하고 즉시 사라지는 환상일 뿐이다. 각자 자신이 판단하고 느끼고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붉은색과 노란색 등 강렬한 색채로 화면을 채운 신작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그는 “벌은 사람이 못 보는 꽃의 빛을 볼 수 있다. 공작새 깃털은 서로 소통하는 색이다”라며 “색이 나를 유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갤러리현대는 “이강소에게 회화(작품)는 세계가 고정불변하고 자명하다는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부단한 수행의 결과이자, 끊임없이 부유하고 율동하는 만물의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다”라며 “또한 인간이 보고 경험하는 세계가 실재인가를 묻는 철학적 화두이며,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 세계를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다”라고 짚었다. 전시는 오는 8월 1일까지.
 

‘청명’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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