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청소년] ① 부모로부터의 생존형 탈출… 절반은 "귀가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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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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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출 청소년은 거리로 나오는 순간부터 각종 위험과 마주친다.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성매매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성적 안전도에 큰 위협을 받으면서 성매매로의 유입을 가속화하는 조건으로 지목된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위기청소년 현황 및 실태조사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19세 미만 청소년 중 조건만남 유인이나 제안을 받은 경험은 10.5%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조건만남을 해봤다는 응답은 6.0%로, 이유는 '갈 곳(잘 곳)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43.3%를 차지했다.

때문에 가출 청소년은 집으로 돌아가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학업에 정진해야 한다는 게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믿음이었다.

그러나 통계청과 여성가족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에서 가출 청소년들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니며 오히려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는 공간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은 가출 사유로 부모님과의 문제를 꼽았고, 가출 후 시설에 거주하는 학생 중에서는 귀가를 원하지 않는 학생이 절반에 달했다.

통계청과 여가부가 작성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1만5741명으로 전체 청소년 중 2.9%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학업중단 청소년은 제외됐으므로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는 통계에서 드러난 것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나이별로는 13~15세 연령에 가출하는 청소년이 55.5%로 가장 많았고 16~18세(31.2%), 13세 미만(10.1%) 순이었다.

가출 사유로는 61%가 '부모님과의 문제'를 꼽았다. 다음으로 학업(20.8%), 친구들과 함께하기 위해(8.0%), 기타(5.0%), 가정의 경제적 문제(2.3%), 학교(2.0%) 순이었다.

이 중 부모님과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단순 학업으로 인한 갈등인지, 혹은 아동학대와 같은 부모로부터의 위협이 원인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조사관은 아동학대 통계를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 아동학대 사건은 3만45건, 피해자는 2만2649명이 발생했다. 이 중 10대 피해자는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부모님과의 문제에는 이같은 아동학대 피해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청소년 쉼터 조사에서도 가정폭력과 학대 등으로부터 탈출한 '생존형 가출'이 쉼터 거주 청소년들의 주요 가출 사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정폭력으로 가출한 청소년은 일시 쉼터보다는 단기 쉼터에, 또 단기보다 중장기 쉼터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 이들의 가정 복귀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쉼터에 머물고 있는 청소년 중 절반은 '귀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일시고정 쉼터의 55.5%, 단기 쉼터의 45.5%, 중장기 쉼터의 46.6%가 귀가를 원하지 않았다. 이유로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집으로 가기 두렵다는 답변이 일시고정 쉼터에서는 23.7%, 단기 18.0%, 중장기 20.0%로 나왔다. 이전과 같은 문제를 겪거나 갈 집이 없는 경우, 가족들이 싫어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허민숙 입법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가출 청소년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있고 그것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가정 밖 청소년 홈리스에 대한 이해 부족은 청소년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과 함께 귀가가 유일한 대안이 아닐 수 있도록 다른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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