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바이든 "나발니 죽으면 엄청난 결과"...온화한 분위기 속 팽팽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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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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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푸틴, 3시간여 논의...군비 통제 약속 공동성명도 발표

16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미·러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유지한 가운데, 각종 현안에서는 이견을 보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당초 4~5시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일정은 3시간 30여분 만에 종료했다. 회담은 소인수 회담에 이어 1차 확대 회담, 20분간의 휴식, 2차 확대 회담 순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1·2차 확대 회담을 합쳐지며 실질적인 대화 시간은 3시간에 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두 정상은 양국의 군비 통제 약속을 담은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공동성명(Joint Statement on Strategic Stability)'을 짤막하게 나마 발표했다.

성명은 "미국과 러시아가 긴장의 시기에도 양측이 공유하고 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면서 "최근의 '신(新) 전략무기 감축 조약(뉴 스타트·New Start)' 연장은 핵무기 통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잘 보여주며, 전략 영역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고 (양측의) 무력 충돌 위험성과 핵전쟁의 위협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명문은 "오늘 우리는 핵전쟁으로는 (어느 쪽도) 절대로 이길 수 없고 그렇게 싸워선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면서 "이러한 목표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조만간 통합적인 양자 간 전략적 안정성 논의에 착수할 것이며, 이를 통해 양측은 미래의 무기 통제와 위험 감소 조치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담 전 일각에서는 최상의 경우 양측이 관계 정상화 합의 내용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기대해왔으나, 양측은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한 발판을 놓는 수준에서 이날 회담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대신 각자 회견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시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푸틴의 '술수에 빠져 여러 외교적 실수를 범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겠다는 미국 외교팀의 의지였다.

먼저 회견을 진행한 푸틴 대통령의 회견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 문제에서 (서로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맞추려는 의지를 보였으며,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면서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이날 회담을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 미·러 양국에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을 기대할 순 없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덧붙였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신 전략무기 감축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핵 협상 돌입 합의 △현재 귀국 상태인 양국 대사의 임지 귀환 △자국의 해킹 공격 의혹 부인과 양국의 사이버 안보 협의 개시 △양국에 복역 중인 상대국 수감자 교환 논의 등 이날 회담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타스·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 전략무기 감축 협정은 지난 2010년 4월 처음 체결한 후 2011년 2월 5일 발효했다. 이후 협정 종료 기한을 두 달 남겨둔 상태에서 지난 1월 26일 양국은 2026년 2월 5일까지 5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바이든이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과 관련해 자국의 인권 문제와 정치범 탄압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하면서도 이러한 유사한 문제를 미국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일례로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한 인종 차별 항의 시위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지난 1월 6일 미국 연방 의사당 폭력 난입 사건을 꼽으며 "우리(러시아)는 파괴와 법률 위반 등을 보았고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선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회견을 숙소에서 면밀히 주시한 후 돌아와 개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꽤 솔직했으며 거슬리는 행동 없이 좋고 긍정적이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푸틴에게 신(新) 냉전이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누구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했다"면서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라면서 나발니 문제를 비롯한 인권·민주주의 가치문제엔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나발니가 감옥에서 죽음을 맞도록 내버려 둔다면 러시아가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미국 시민들에게 신뢰를 유지할 수 없기에, 인권은 항상 논의 목록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의 상호 이익과 국제적 이익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용적 노력의 영역 확인 △미국이 동맹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응할 것이라는 경고의 직접 전달 △미국의 우선순위와 가치 제시 등의 3가지 의제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했다면서 "나는 (이번 회담에서) 하려고 했던 것을 모두 마쳤다"고 자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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