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치유의 힘, 치유농업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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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6-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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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농촌진흥청 차장[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씨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동아시아권의 재배작물로 서구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채소 ‘미나리’는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팍팍한 이민자의 삶에 지친 의견 차이와 갈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 가족. 힘든 삶 속에서도 어렵게 일구어온 모든 것이 화재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린 순간, 뱀이 많다고 아무도 가기를 꺼리는 외진 곳 물웅덩이에 윤여정씨가 뿌려놓은 미나리 씨앗은 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손길이 됐다. 강한 생명력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는 판도라의 상자 제일 밑바닥에 남아 있던 ‘희망’처럼, 놀라운 ‘치유의 힘’으로 절망에 빠진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적을 불러왔다.

최근의 코로나 블루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사회생활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갖가지 스트레스와 육체적‧정신적 질환을 안고 산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말해주듯, 급속한 경제‧사회적 고도성장과 경쟁 지상주의의 부작용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살고 있다. 바이오필리아를 주창한 하버드대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우리 몸속에는 ‘녹색 갈증’이 있다고 했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도심을 떠나 자연환경 속에서 활력을 찾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자연 속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른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로 30년간 정원을 가꾸어온 영국의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저서 <정원의 쓸모>에서 식물의 치유기능을 생생하게 언급하고 있다. 스미스 박사는 식물재배 체험이 재소자들과 비행 청소년 등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원예치료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치유농업이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는 3000개 이상의 치유농장이 있는데, 나라별 특성에 따라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농장 현장 연계 치유농업, 영국은 원예치료, 독일과 핀란드는 동물매개치료를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올해 3월 25일 우리나라에서도 치유농업법이 시행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4월 6일 농촌진흥청 내에 치유농업추진단이 신설됐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치유농업추진단은 치유농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2개와 178개인 치유농업센터와 치유농장을 2025년까지 17개와 500개로 확대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또한, 연령대나 직업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와 협력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녹색갈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사람들이 식물을 재배하고 반려견과 교감하며, 곤충을 접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궁극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고자 하는 꿈을 치유농업은 이루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치유농업의 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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