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임대차3법,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생을 꿈꾼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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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
입력 2021-06-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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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019년 7월 이후부터 100주 넘도록 꺾이지 않고 우상향을 유지했다. 특히 2019년 3분기부터 현재까지의 분기별 전셋값 상승률을 보면 2020년 3분기가 6.28%로 가장 높았는데, 이 시기는 임대차3법이 시행된 때와 맞물리면서 이 법이 전셋값 급등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다.

임대차3법은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임차인이 희망하는 경우 1회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안심 거주기간이 2년 더 늘어났다. 또한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한을 5% 범위 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 임차인들이 임대료 급등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임대료, 계약기간 등 계약 기본정보를 주택 관할 시·군·구에 신고하는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해 임차인에게 확정일자를 자동으로 부여하고 투명한 정보를 시의성 있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제도의 목적대로 잘 작동하면 임차인과 임대인이 상생하며 주거환경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후 보여지는 전셋값 신고금액이나 가격상승률은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은 크게 수요와 공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임대차3법은 수요, 더 정확하게는 안정적인 수요관리를 목표로 한다. 주택 매매시장에서도 학습할 수 있듯이 공급이 충분한 상태에서 수요관리 정책은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임대차 시장은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과 유형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여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결혼이나 취업, 세대분리 등의 이유로 신규 임차인은 계속 존재하는데 기존 임차인들이 대부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을 더 거주하려고 하니 기존 물량이 시장에 출하되기 어렵다.

둘째, 2017년 8월 3일 이후 취득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를 해야 한다. 8·2대책의 내용으로 전세를 안고 매입했던 사람이 요건을 채우기 위해 계약갱신청구를 거부하고 실거주를 하는 경우가 생겨 그만큼 공급이 줄어든다.

셋째,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입주권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전 조합설립을 신청한 단지를 제외하고 적용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실거주를 못한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직접 거주하거나 빈집으로 두는 경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은 그 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의무가 생겨 과거와 같이 신규 입주 대단지 물량이 전·월세 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게 된다. 기존에는 공공택지에 분양되는 공공분양 주택에만 최대 5년의 거주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2021년 2월 19일 이후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가상한제로 공급되는 민간분양 아파트도 최대 3년까지 거주의무가 생긴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수요자가 원하는 전·월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신규 임대차 계약 시 호가를 높여 거래하는 사례가 발생, 거래량은 적지만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률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공급과 수요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7월부터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에 이어 이달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임대차3법이 완성됐다. 전·월세신고제는 1년의 계도 기간 후 본격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임대차 시장에 파급력을 주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에 나비효과와 같은 파동이 예상된다. 2022년 8월부터는 계약갱신했던 건이 만료되고 신규 임대차 계약이 진행될텐데, 전·월세신고제의 계도기간이 끝나는 시점과 비슷하다.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임대인 입장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보유 주택의 임대료 시세가 높게 형성되어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하는 것과, 임대소득이 높아지면 훨씬 높은 소득세를 부담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시장에서는 높게 부담될 소득세를 감안한 적정 임대료로 두 가지 입장의 타협점을 찾을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수요가 많은 주택의 전셋값은 상승하거나 일부 월세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최근 급등한 주택 매매시장도 상승 전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금액으로는 원하는 지역보다 좀 더 외곽지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임대차 시장도 동일하게 될 수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공급정책이 속도를 내며 진행되고, 2021년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예정되어 있지만, 실제 입주 시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의 신규 전·월세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차 시장이 안정되려면 임차인과 임대인이 자연스럽게 합의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임대차3법과 더불어 세금과 청약, 정비사업과 임대사업자제도 등 전반적인 관련 정책이 임대차 시장 선순환에 일조할 수 있는 시의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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