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이탈리아의 변심?…EU-중국 냉각 분위기 강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6-07 15:4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대표적 친중 국가 중 하나로 꼽히던 이탈리아 외교 노선이 변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이하 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냉각되는 유럽연합(EU)과 중국 관계에서 방향을 정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탈리아는 골든파워 법 제정 등으로 중국 투자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국 자본 유입에 적극적이었던 태도에서 전환한 것이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이었던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유럽·대서양주의'로 다시 회귀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골든 파워' 법안 통해 비유럽 국가의 주요 기업 인수 막아 

중국 투자에 대한 통제 강화가 드러난 대표적 예가 바로 반도체 관련 회사 LPE 인수 거부권 행사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3월 말 밀라노 소재 LPE가 중국 심천투자홀딩스에 매각되는 것을 승인하는 것을 거부했다. 심천투자홀딩스는 지난해 12월 LPE의 지분 70%를 사들였으며, 이에 대한 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드라기 총리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는 전략 산업이 됐다고 강조하면서 인수안 거부권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직원 50명이 채 되지 않는 이탈리아 기업의 인수 무산은 중국과 이탈리아 관계의 이상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의 근거가 된 것은 '골든 파워'로 불리는 법이다. 정부는 '골든파워'를 통해 국가안보 위험이 되는 외국인 투자 불허 또는 외국기업의 전략상품 공급계약에 있어 특정 조건을 걸 수 있다. 대상이 되는 것은 금융, 신용, 보험, 에너지, 운송, 건강, 식품 안전, 반도체 및 사이버 부문이며, 이탈리아는 적용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드라기 총리는 당시 중국 기업의 이탈리아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 불허 사실을 지적하면서. 중요 국가자산 매각을 방지하기 위한 골든파워를 필요시 반드시 사용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FT는 "드라기 총리가 중국과 이탈리아의 밀월 관계를 상징적으로 끝내고 중국의 서유럽 진출 정책을 억제하는 법령에 서명했다"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드라기 총리가 말한 친유럽·대서양 정책으로의 확실한 전환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미 이탈리아는 미국의 압력 속에서 중국의 투자에 다소 거리를 둬왔지만, 이번 드라기 총리는 이같은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전 차관이며, 재직 당시 이탈리아와 중국 사이의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의 초안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미켈레 제라치(Michele Geraci)는 "이탈리아가 미국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성명은 공격적 인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으며, 이탈리아가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중국으로의 전환은 과거 이야기" 
수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는 중국 자본에 가장 열광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로듐 그룹(Rodium Group)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 3위의 중국 투자 수혜국이었다. 영국 500억 유로, 독일 227억 유로에 이어 159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은 외국인 투자에 대해 더 엄격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이탈리아는 보다폰 이탈리아와 중국 화웨이의 5G 인프라 공급 계약을 조건부로 허가했지만, 엄격한 보안 조건을 내걸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친중국 성향이 과거의 경향일 뿐이라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과의 관계 약화가 이탈리아나 EU 발전에 오히려 해를 미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로만노 프로디 이탈리아 전 총리는 "불과 몇 개월 전만하더라도 중국과 EU 관계는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냉각됐다"면서 '양측 모두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제라치 전 차관은 드라기 내각의 방향 전환이 중국에 있는 이탈리아 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중국 내 이탈리아 상품 시장은 연간 130억 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제 3국에서 판매되는 이탈리아 제품까지 합산하면 그 규모는 3배로 불어난다. 중국은 엄청나게 중요한 시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올해와 내년 독일과 프랑스가 선거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드라기는 중국에 대한 EU의 광범위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럽의 중요한 국가가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엠마 보니노 전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 방향타를 바로 잡는 데 있어 이탈리아의 역할은 이후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확실히 대중국 정책은 여전히 복잡하며, 중국이 존재하지 않는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면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무역은 하지만, 우리와 그들 사이의 다름과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