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발명왕’ 될 수 있을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현상철 기자
입력 2021-06-03 13:2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어느덧 그림, 작곡 같은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기던 창작 활동까지 도달했다. 그렇다면 AI의 창작물은 AI에게 소유권이 있을까. 아니면 AI를 만든 개발자에게 있을까. AI가 발명자로서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자신(?)이 발명한 발명품의 특허권을 획득할 수 없다. 

현행법 상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관되게 자연인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3일 특허청에 따르면,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는 2019년 한국 특허청에 새로 발명한 2건의 발명품을 특허출원했다.

발명품은 용기의 결합이 쉽고 표면적이 넓어 열전달 효율이 좋은 식품 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눈에 잘 띄도록 만든 빛을 내는 램프다.

그런데 이를 출원한 스티븐은 발명품에 대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라는 AI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하고 발명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스티븐은 AI를 발명자로 적어 국제 특허출원을 했고, 특허청은 심사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특허심사 사례다. 국제 특허출원은 하나의 출원으로 여러 나라에 동시 출원한 효과가 발생한다.

1차 심사에서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통지했다. AI가 해당 발명을 직접 발명했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형식상 하자를 먼저 지적한 것이다. 

우리나라 특허법과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자연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 장치 등은 발명자로 표시할 수 없다. 프로그램의 일종인 AI는 자연인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보정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특허출원은 무효가 된다. 출원인이 그 무효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원칙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개념이다.

이미 각국 특허청도 이 같은 특허심사를 진행했고, 우리나라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AI가 발전하게 되면 언젠가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우리 특허청은 AI 발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와 논의해 오고 있다”라고 하면서 “특허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AI 발명에 대한 논의의 속도를 높여,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는 지식재산제도를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발명은 있으나 사람도 AI도 발명자나 권리자가 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허청은 법제자문위원회를 꾸려 산학연 의견을 수렴하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선진 5개국 특허청(IP5) 회담을 통한 국제적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