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영끌베팅'…투기판 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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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5-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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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주식열풍에 전국적 대출 증가

  • 무분별 '빚투'에 폭락장 부채폭탄 우려

 

국내 각 지역별 대출 증가 추이에 변화가 발생했다. 그간 부동산 상승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투기 양상이 전국적으로 퍼졌다. 상대적 격차가 컸던 부동산 투기 지역과 비(非) 투기지역의 증가세가 거의 동일한 수준까지 좁혀졌다. 이는 가상화폐, 주식 열풍에 따른 대출 거래량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빚투(빚 내서 투자)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그간 급팽창했던 자산 시장에서 ‘버블 붕괴’의 신호가 감지됐다는 점이다. 만약 이로 인해 대출 부실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 전반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대 투기판’된 대한민국··· 전국 빚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전국 지역별 대출금(말잔)은 2월 말 기준으로 1926조6810억원까지 불었다. 작년 동기(1717조1560억원)보다 12.2%(209조5000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전년도 증가 폭인 6.3%를 두 배가량 상회한다.

부동산 상승세가 가장 빠른 서울의 대출 잔액은 740조2259억원으로 작년 동기(651조4607억원)보다 14% 증가했다. 세종도 8조9000억원에서 10조340억원으로 13% 늘었다. 세종의 대출 잔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최초다. 이외에 경기(380조8180억→426조6660억원·12%), 인천(92조5440억→102조5560억원·11%), 대전(35조7570억→39조9850억원·12%) 등도 10%대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다.

특이점은 집값 상승세가 비교적 느린 지역에서도 대출이 빠르게 불어났다는 점이다. 지역별 대출 증가세가 집값에 따라 좌우되던 기존 공식은 확실히 무너져내린 셈이다. 일례로 충남의 경우, 총 대출액이 41조7750억원으로 작년 동기(37조4260억원)보다 11.6%나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 수준이 3.1%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확연히 대비되는 기조다. 이외에 충북(4%→10.5%), 대구(7%→12%), 전남(6%→13%), 경북(4.7%→10%) 등의 지역에서도 증가폭이 각각 두배 이상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주식 등) 지역과 무관하게 투자가 가능한 자산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전국 모든 지역의 대출량이 크게 늘었다”며 “하반기에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크래프톤 등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만큼, 올해까지는 이 같은 기조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청년도 노인도 너나 할 것 없이 ‘영끌 베팅’··· 폭락장 ‘부채 폭탄’으로 되돌아온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자산 시장 곳곳에서 ‘버블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빚투에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청년과 노인층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크다. 이들은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폭락장에 대규모 ‘부채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장 우려가 큰 시장은 가상화폐다. 올 1~3월 가상화폐 4대 거래소 전체 이용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6%(234만명)에 달했다. 50대 이상 이용자도 작년 10월 7만6765명에서 올 4월엔 70만1018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가상화폐 시세가 각종 악재에 휘청이며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가상화폐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은 하루 새 각각 11%, 26% 주저앉았다. 이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의 경우 40%대 폭락장이 형성된 경우도 다수다.

주식시장에서도 반대매매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빚낸 것을 제 때 갚지 못할 때 증권사에서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1.9%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 3월 24일 10.6%였으나 약 2개월 만에 이를 경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대와 60대는 근로소득 확보가 제일 어려운 계층이라 빚투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부실이 현실화되면) 향후 금융 건전성 저하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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