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본 나라] '퇴직금만 4억원'...일본 파나소닉, 9년 경영위기에도 희망퇴직 잔치?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5-17 15:22
파나소닉, 10년만 대규모 조기퇴직 단행...50대 버블세대 겨냥 의도 다분 '고연봉·고복지' 버블세대 부담감↑·혁신 경쟁력↓...퇴직금 규모도 논란
103년 전통의 일본 전자 제조업체 파나소닉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지난 9년 동안 이어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50대 직원들을 겨냥한 조기 퇴직 제도를 실시해 이목을 끌고 있다.

17일 일본 시사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입수한 사내 문서를 토대로 파나소닉이 조기 퇴직 제도를 일부 개편한 희망 퇴직 제도인 '특별 커리어 디자인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파나소닉이 대규모 명예 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02년 적자 계상 상황 당시 1만명 규모의 조기 퇴직을 단행한 이후 처음이다. 

희망 퇴직 대상은 10년 이상 근속한 만 59세 10개월 이하의 사원으로 관리직과 노동조합 조합원 모두 포함하며, 할증 퇴직금 제도를 적용해 최대 4000만엔(4억 1472만원)의 퇴직금을 보장한다.

희망 퇴직 신청 기간은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20일이며, 퇴직 일자는 오는 9월 30일이다. 특히, 파나소닉 측은 퇴직 희망 직원이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경력 개발 휴가'를 제공하거나 외부 용역업체로의 재취업 알선 등의 지원책도 적극 제공할 예정이다.
 

파나소닉.[ 사진=EPA·연합뉴스 ]

 
50대 겨냥한 조기 퇴직...'고 연봉·고 복지' 버블세대 부담감↑

파나소닉 측은 사내 안내문을 통해 "이번 조기 퇴직 제도가 단순히 인원 삭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회사 구조 재편으로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역할이 변할 뿐 아니라, 각 계열사 마다 노동 조건과 사업 '첨예화' 등도 전례 없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예화는 파나소닉이 자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 만든 조어로, 영역을 좁혀 경쟁력을 연마한다는 의미다.

다이아몬드는 "파나소닉 측이 직원들의 자율적인 경력 형성을 지원하는 목적이지 정리해고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곤 있지만, 회사 구조 재편을 앞두고 일본 50대 거품 세대를 겨냥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그 이유로 △희망 퇴직 신청자들의 퇴직일이 구스미 유키 신임 사장의 취임일인 10월 1일 전날이라는 점과 △할증 퇴직금 제도의 구조가 50대 거품 세대에 맞춰 극대화해 설계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구조조정에 파나소닉은 할증 퇴직금 제도에 '커리어 디자인 지원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반적인 가산 퇴직금 제도는 근속 연수가 많아질 수록 퇴직금도 많아지지만, 해당 제도는 사측이 인력을 정리하길 원하는 연령에 맞춰 퇴직금 가산액을 후하게 쳐줬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제도의 가산액은 50~55세의 퇴직 희망 직원에게 가장 많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50세의 경우 최대 50개월분의 퇴직금을 지급해 정점을 형성하고, 51세는 49개월분, 52~53세는 48개월, 54~55세는 47개월분의 퇴직금을 수령한다.

이는 해당 세대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일본의 거품(버블) 경제 시기에 입사한 직원들이다. 이들 세대는 이후 입사자들보다 더욱 높은 연봉 체계와 복지 제도를 보장받는 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파낙소닉으로서는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일본의 거품 세대 사원들의 상당수가 최근의 산업 조류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도 지적된다. 높은 연봉을 챙기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혁신을 요구하는 현 산업 상황에 사실상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 유흥가 긴자 지역의 재즈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주회사 전환으로 경쟁력 개혁 꾀하는 파나소닉...시작부터 퇴직금 잔치에 '글쎄'

이에 따라 이번 희망 퇴직이 구스미 사장의 취임과 맞물려 있는 대대적인 회사 개혁의 일각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 2012년 취임한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의 대규모 적자 상황을 계상하고 극심한 경영난을 안정화했지만, 혁신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파나소닉이 2000년부터 도입한 사업부제는 각 사업부 사이의 경쟁을 극대화했지만, 경영 비효율 상황도 극심해진 폐해가 생겼다. 쓰가 사장은 이를 '컴퍼니제'로 수정해 문제점을 바로 잡고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낡은 인력 구조로 인해 개혁을 뒷받침할 인력 역량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쓰가 사장은 새로 선임한 구스미 신임 사장과 함께 올해 10월 경영진 교체와 함께 컴퍼니제를 지주회사 제도로 변경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주회사인 파나소닉홀딩스 산하에 8개의 사업회사를 세우고 그 밑에 30개 이상의 사업부를 둔다. 의사결정 과정을 간략화하는 동시에 각 부문별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다.

아울러 구스미 사장은 "핵심사업은 육성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신속 과감하게 퇴출시킨다"는 경영 전략을 제시했기에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다만, 파나소직이 인력 개편이라는 목적 아래 최대 4000만엔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노동 전문 변호사인 구라시게 코타로 변호사는 다이아몬드에서 "일반적으로 회사는 할증 퇴직금 제도를 통해 24~36개월의 가산 기간을 보장하는데, 파나소닉은 이보다도 높은 수준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이를 '선심성 잔치'라고까지 표현하면서 여전히 기업 실적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재무제표에 대규모 일회성 지출이 생기는 것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10일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나소닉은 연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6% 감소한 6조6987억엔, 순익은 26.9% 급감한 1650억엔을 기록했다. 파나소닉의 분기 매출이 7조엔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6년 3분기 이후 25만이다.
 

지난해 11월 13일 파나소닉의 신임 사장 선출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방안을 발표하는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오른쪽이 올해 10월 1일자로 취임하는 구스미 유키 신임 사장.[사진=파나소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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