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로 비춰보는 ‘지금 여기 그리고 나’...국립창극단 ‘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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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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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2일부터 6월 6일까지 해오름극장

13일 열린 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 기자 간담회 참가자들.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코로나로 삶이 고단한 상황에서 왜 ‘수궁가’ 인지 고민했습니다. ‘삼재팔란(三災八亂, 모든 재앙과 곤란)’을 겪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 토끼는 본래의 자리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터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여기는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잠깐 사유할 수 있는 유쾌한 작품입니다.”

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에서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13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판소리 ‘수궁가’를 현대적으로 창극화한 ‘귀토’가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선사한다.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은 오는 6월 2일부터 6월 6일까지 신작 ‘귀토’를 서울 중구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국립창극단이 새로 단장(리모델링)한 해오름극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대형 신작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귀토’는 ‘거북과 토끼’(龜兎)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토끼의 삶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은 고단한 육지의 현실을 피해 꿈꾸던 수궁으로 떠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돌아와 예전의 터전에 소중함을 깨닫는 토끼에 방점을 찍는다.

극 중 ‘토자’역을 맡은 김준수는 “바람을 피할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피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여기에서 희망을 찾자는 긍정의 내용을 전한다.

밝은 기운을 전달하기 위해 창작진과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네 번째 창극이라고 밝힌 고선웅 연출은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순수하고 매우 투명하다. 분별하고 따진다는 생각이 안 들고 같이 놀게 된다”라며 “‘그렇지. 이게 연극이고 이게 소리지’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 내 안에 반짝반짝하고 생기는 느낌이 있다. 상황에 따라 빨리 또는 느리게 변할 수 있는 게 창극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의 출연 배우들.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귀토’는 창극의 새로운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2014년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만든 고 연출과 한승석 음악감독이 다시 한번 손잡았다.

음악적 짜임새가 탄탄한 정광수제 ‘수궁가’의 주요 곡조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각색된 이야기의 이면(裏面)에 맞게 배치하고 새롭게 소리를 짜는 과정을 거쳐 극과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특히, 진양부터 중모리‧자진모리‧엇모리‧휘모리 등 다양한 장단을 치밀하게 연구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재구성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자라가 토끼를 등에 업고 용궁으로 향하며 부르는 ‘범피중류’ 대목의 경우 원작에서는 느린 진양조의 장중한 소리로 표현하지만 ‘귀토’에서는 빠른 자진모리로 치환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토끼의 설렘을 강조한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바뀐 ‘수궁가’가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라며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관객들이 속 후련하게 웃고 가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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