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6개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K-방역'의 명과 암

김충범 기자입력 : 2021-05-13 08:00
'3T' 시스템 도입으로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성공적인 통제 성과 거둬 거듭된 대유행 여파에 명성 흠집…백신 문제 포함한 K-방역 전략 전면 재수정 필요

[그래픽=임이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동안 우리나라만의 고유 방역 체계인 'K-방역'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침을 겪었다.

발생 초기 우리나라는 국경 전면 봉쇄와 같은 극약처방 없이도, 안정적인 실시간 브리핑 시스템 구축, 의료진의 자발적 방역 활동 참여, 진단키트 개발 등 성과를 연이어 거두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K-방역은 작년 8월 2차 대유행을 겪으며 확진자 급증으로 조금씩 통제의 힘을 잃기 시작했고, 11월 이후 본격화한 3차 대유행을 넘어 현재 4차 대유행까지 맞이하면서 그간 쌓아놓은 위상마저도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백신 초기 확보전에서 한발 뒤처지고 K-방역이 강조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피로감에 따른 경제적 손실 기간도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K-방역의 전략을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 '3T 전략'으로 초기 감염 확산 방지에 성공한 K-방역

K-방역은 △대규모 검사(Test) △감염경로의 신속한 역학 추적(Trace) △적합한 격리 및 치료(Treatment)를 제공하는 등 '3T 전략'을 골자로 한다.

K-방역이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이 3T 전략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기민하게 가동됐고,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정보통신(IT) 콘텐츠와의 유효적절한 결합을 통해 콘텐츠도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K-진단키트의 경우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K-방역 콘텐츠다. 코로나19 사태가 속히 진정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항원·항체 진단을 핵심으로 하는 K-진단키트는 단 10~15분 내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별해내 감염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3T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테스트 역할에 있어 K-진단키트가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이와 함께 관련 업계 성장세도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3일 기준 K-진단키트의 '맏형'격인 씨젠의 경우 진단키트를 중심으로 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며, 올해 1분기(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939억원, 매출 3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8%, 330% 급증했을 정도다.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도 K-방역의 장점이 묻어나는 콘텐츠다. 차량을 통한 비대면이 보장되고, 일반 선별진료소보다도 빠른 검사를 실시할 수 있어 K-방역이 초창기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 밖에 방역 당국이 방역 조치 당부 및 국민적 협조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합금지' 등 방안을 병행한 점도 코로나19 사태 초반 확산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2·3·4차 대유행과 함께 K-방역 명성 '와르르'…백신 각축전에서도 밀려

K-방역의 명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월 2차 대유행부터다. 확진자가 유례없이 늘기 시작하면서, K-방역만으로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문제는 지난해 3차 대유행이었다. 2차 대유행까지만 해도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했지만, 3차 대유행에서는 가족, 직장, 지인 등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확진자 수 규모도 연일 1000명대를 오르내리면서 역학 조사가 환자 발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이 됐다. K-방역은 물론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 등 조처의 명확한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도 이 무렵이다.

백신 확보전에서 한발 밀린 점도 K-방역의 위상을 한층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말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 돌입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늦다.

게다가 이후 방역 당국은 백신 수급에도 실시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연내 총 9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물량이 정확히 국내 인천공항을 들어와야만 현실화되는 수치다. 물량 확보가 되기 전까지는 정부가 강조하는 대로 접종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것은 물론, 계획한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12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누적 접종자는 총 369만8657명으로, 국민 전체 약 7.2% 수준에 불과하다. 백신 집단면역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이미 접종률이 50%가 넘는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방역 당국이 초반 3T 시스템을 통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백신 확보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아쉽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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