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 “검토 없다”→“국민 의견 들어 판단”…靑 달라진 기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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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5-1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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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의식....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입장 변화 시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을 두고 청와대가 한달이 채 안 돼 입장을 바꿔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경제5단체를 비롯해 종교계와 여권 등 정치권에서도 앞다퉈 이 부회장의 사면에 힘을 실었지만, 청와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 자리에서 “여러 가지 형평성,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류가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은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회견에서 나온 이재용 사면론 관련 질문에 대해 “사면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7일 이재용 사면 요구에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과 사실상 배치되는 발언이다. 당시 청와대는 “현재까지 검토된 바 없고, 검토할 계획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4일만 해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사면 필요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마찬가지 대답”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6일 뒤 문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검토 의사를 시사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청와대의 달라진 기류에 대해 미·중 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고조되는 반도체 위기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등 반도체 CEO를 불러다 "대미 투자'를 노골적으로 피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당장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청와대로선 삼성전자로부터 대미 투자 및 국내 투자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들으려면 일종의 ‘당근’이 필요하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미래 먹거리, 반도체 문제,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 경쟁력 있는 삼성그룹에 대한 어떤 형태로든지 무언가 배려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알고 있다”며 “그분들의 상황, 인식 등 문제를 잘 정리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계는 사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전제로 삼은 국민 공감대와 의견을 어떤 기준으로 가늠할지가 난제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이를 근거로 삼기도 모호하다. 청와대는 반대 여론이 우세한 시민단체의 눈치도 봐야 한다. 지난달 사면을 공식 건의한 경제5단체도 이날 이재용 사면론에 대해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난 등 최근 일련의 경제 현실을 좀 더 엄중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며 “이런 배경에서 이재용 사면론에 다소 열린 입장을 보였으나, 전향적인 변화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의 실제 사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8-02-05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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