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세부공개...근대 작품 풍성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성민 기자
입력 2021-05-07 14:2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유영국 187점·이중섭 104점·이상범 ’무릉도원도’ 등 한국화가 대표작

지난 5월 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 관련 세부 공개 발표 간담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폴 고갱의 '무제(센강풍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환기 화백의 ‘점 시리즈’와 박수근 화백의 100호 대작, 이중섭 화백의 ‘황소’ 등 훌륭한 작품들을 다량으로 기증받게 돼 깊이 감사드립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 기증미술품 1488점(1226건·이하 이건희컬렉션)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생애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컬렉션이다”라며 감격해 했다.

‘이건희컬렉션’은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들이 두루 구성되어 있으며,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화를 비롯한 회화가 대다수를 이루며, 회화 이외에도 판화, 소묘(드로잉), 공예, 조각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다. 특히, 1000점 이상의 대량 기증은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기 소장품 8782점에 더하여 소장품 1만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베일을 벗은 ‘이건희컬렉션’의 규모는 상당했다. 총 1488점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이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소묘(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비교적 모든 장르를 고르게 포함한다.

제작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그러나 작가의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1930년 이전에 출생한 이른바 ‘근대작가’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 수는 약 860점에 이르러, 전체 기증품의 약 58%를 차지한다. 작가별 작품 수를 보면, 유영국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의 작품이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포함),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이다.

김환기, 산울림 19-II-73#307, 1973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기증의 가장 큰 의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1950년대 이전까지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다. 특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기 소장품이 이번 기증으로 크게 보완되어 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 한국 화가의 ‘대표작’이 대거 기증되어 미술관의 한국화 수집(컬렉션) 질을 현격히 높여 주었다.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1922), 노수현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계산정취’(1957),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간성’(看星)(1927), 김기창의 5m 대작 ‘군마도’(1955)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수집 예산이 적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좀처럼 사들이기 어려웠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망라됐다.

1950년대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에 대해 윤 관장은 “혼자 생각해봤는데 만약 경매에 내놓으면 최소 300억원~400억원부터 시작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근대미술 희귀작도 여러 점 기증됐다. 나혜석의 진작 ‘화녕전작약’(1930년대), 여성 화가이자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 총 4점밖에 전해지지 않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사내아이’(1929)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되었다는 사실도 상징적이다.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 거장의 작품들을 국내에서도 만나보게 된 의미가 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과천,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 상설 전시, 보이는 수장고 등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을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 ‘이건희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을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2022년 3월 ‘이건희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통해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덕수궁관은 오는 7월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 일부 작품을 선보이고, 올해 11월 ‘박수근’ 회고전에 이건희컬렉션을 대거 선보이게 된다.

2022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이건희컬렉션 중 일부를 선보여 수준 높은 한국 근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과천관에서는 이건희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및 자료보관소(아카이브)의 새로운 만남을 주제로 한 ‘새로운 만남’을 2022년 4월과 9월에 순차 개막한다. 청주관에서는 수장과 전시를 융합한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이건희컬렉션의 대표작들을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2022년 지역의 협력망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을 개최해 더 많은 이가 소중한 미술 자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을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 부문이 비약적으로 도약하게 됐다.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다양한 작품들이다”라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