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人사이드] 트럼프 '입', 6개월 더 틀어막는다...역사가 보고 있는 'SNS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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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5-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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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이 퇴임한 지 100일이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입'을 계속 틀어막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상과 발언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그의 발언이 언제든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산하의 독립 감독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정지 처분을 당분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감독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사기와 관련한 지속적인 행동 요구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폭력 위험이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면서 정지 처분의 사유를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그의 SNS 퇴출은 지난 1월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선거 사기 규탄 집회'에서 그의 연설을 들은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이후 본격화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가 가장 애용했던 트위터는 그를 '영구 퇴출'한 데 이어, 페이스북 역시 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무기한 정지 조처해 '잠정 폐쇄'했다. 

다만, 감독위는 당초 무기한 정지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앞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자체적으로 트럼프의 계정을 퇴출한 데 대해 국내외적으로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규제 당국이나 정치권의 구체적인 합의가 없던 상태에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규제를 내리는 일은 향후 '발언의 자유'를 훼손할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의 재임 내내 관계가 좋지 않기로 유명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조차 이와 같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감독위는 "무기한 정지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페이스북 측에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적용하는 규칙과 비례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대응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페이스북 측은 이와 같은 요청에 맞춰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조처를 검토할 예정이지만, 어떤 식으로 트럼프의 입을 틀어막는 조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발언창구 확보에 골머리...'발언권 확대'엔 공화당 내 반발도

트럼프 측은 자체 SNS 플랫폼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난 1월 SNS 폐쇄 이후 발언 창구를 마련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퇴임 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전임 대통령실(The Office of the Former President)'라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무실을 개설한 후, '제 45대 대통령실'을 의미하는 '45office'라는 주소의 '도널드 J. 트럼프 사무실(The Office of Donald J. Trump)' 누리집을 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일에는 '미국을 구하라'라는 누리집에 '도널드 트럼프의 책상에서'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신설했다. 해당 누리집은 트럼프의 퇴임 후 유세 활동과 정치 자금 모금을 위해 개설한 장소다.

트위터와 거의 똑같은 형태를 채택한 해당 블로그에는 트럼프의 발언 만이 게시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이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표시할 수 있는 '하트' 모양의 버튼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 블로그가 페이스북의 영향력에 비할 순 없지만, 제한적이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지지자들에게 직접 전하도록 도와준다"고 우려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임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트위터를 통해 "해당 블로그가 '새로운 SNS 플랫폼'은 아니라면서 "이와 관련해 가까운 시일에 추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4일(현지시간) 개설한 도널드 트럼프 저 미국 대통령의 블로그.[자료='미국을 구하라' 누리집]


블로그에는 지난 3월 24일부터 이달 5일 오후까지의 발언이 올라와 있으며, 게시물의 대부분은 자신의 재선 패배를 부정하고 '선거 사기' 음모론을 제기하는 가짜뉴스와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을 헐뜯는 비방이 대부분이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자 현재 공화당 하원 내 서열 3위인 체니 상원의원은 공화당에서 트럼프의 '위험한' 목소리를 축출해야 한다는 입장에 앞장 선 상태다.

특히, 지난 3일 트럼프가 전후 맥락이 전혀 없이 "이날부터 앞으로 '사기로 점철했던(fraudlent)' 2020년 대통령 선거가 '큰 거짓말(The Big Lie)'이었던 것을 알린다"는 성명을 공개하자, 체니 의원은 공세 강도를 높인 상태다.

체니 의원은 당시 곧바로 "트럼프가 민주주의 시스템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저격한 데 이어, 5일자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공화당은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으며, 역사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의 발언은 1월 6일 일어났던 것과 같은 폭력을 다시 유발할 수 있다"면서 "공화당은 지난해 대선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거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충성파가 당내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에서는 반대로 체니 의원을 비롯한 반트럼프 세력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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