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무주택자 임원보다 투자고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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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1-05-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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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소비 그뤠잇" 한때 짠테크 인기…"지금은 주식·부동산 뿐"

  • 직장 내 선망 대상 '존재감 없어도 투자고수 차장'

  • 억대 치솟는 집값에 "열심히 벌어 절약하라"는 옛말

 

한때 짠테크가 인기였다.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절약해 인생역전을 했다는 훈훈한 미담이 많았다. 가계부만 잘 써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금방 마련할 수 있고 월급쟁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재테크 서적 등이 넘쳤다.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은 한 달간 쓴 영수증을 청취자가 보내면 김생민이 소비습관을 점검하고 따끔한 조언을 해줘 인기를 끌었다. 나쁜 소비는 스투~핏, 좋은 소비는 그뤠~잇이었다.

불과 4~5년 전 일이다. 지금은 "주식, 부동산 아니면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계부를 쓰며 허리띠를 졸라맬 게 아니라 무조건 대출을 왕창 끌어다가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역전을 위한 한방이었다. 단숨에 억대로 치솟는 집값 앞에서 더 이상 근로소득 그리고 절약은 중요치 않다.

사정이 이러니 직장 내 선망의 대상도 달라졌다.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8명이(80.1%) '존재감 없어도 투자고수 차장'을 선망의 대상으로 꼽았다. '고속 승진 등 직장생활이 화려한 무주택자 임원'(19.9%)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널뛰면서 '무주택자 임원'은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취준생과 직장인의 선망이었지만, 최근엔 코인으로 수백억 대박치고 삼성전자를 때려친 직장인이 선망의 대상이 됐다. 땀 흘려 일한 무주택자에게선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다. 혹자는 무주택자 임원이 세상사에 무지하다며 조롱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은 노동절에 맞춰 낸 기념 메시지가 생각났다. "노동은 숭고합니다. 아버지의 손톱에 낀 기름때는 사람을 지탱합니다. 어머니의 손톱 밑 흙에서는 희망처럼 곡식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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