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과세 8인 지상대담] "과세 후퇴 없다" VS "유예하고 先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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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박경은 기자
입력 2021-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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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자산으로 봐야” vs “개념부터 확실히”

  • 가상화폐 과세···“유예해야” vs “과세 불가피하다”

  • 가상화폐 광풍···“절망적 표현” vs “도박판에 불과”

윤호중(원내대표, 왼쪽 위부터)·양향자·노웅래·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아래 왼쪽부터)·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사진=아주경제DB]


***바이라인=황재희·박경은 기자 jhhwang@

최근 부동산과 주식에 이어 가상화폐(자산)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또 한 번 광풍을 일으키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실시간으로 폭등과 폭락이 이어지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일 정부 및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1~3월 3개월간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만 약 1500조원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총거래량인 357조원의 약 4.2배 수준이다. 국내투자자 수는 약 400만명으로 추산되며, 실명이 확인된 누적 투자금액은 19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실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세는 (투자자 보호 논란과)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청년들의 들끓는 민심을 우려한 정치권에서는 개념정립 등을 포함한 ‘제도화’가 우선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내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이 각자 다르고, 정부와도 시각이 엇갈리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일치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본지는 윤호중(원내대표)‧노웅래‧양향자‧홍성국 민주당 의원과 추경호‧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이하 호칭 생략) 등 8인의 전문가와 '가상화폐'에 대해 개별 인터뷰를 한 뒤 이를 지상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가상화폐 “자산으로 봐야” vs “개념부터 확실히”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봐야 하나.

양향자=“가상화폐는 자산이다.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윤호중=“가상자산이라고 표현하겠다. 가상자산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현실이며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자산은 새로운 경제활동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상봉=“가상화폐는 자산이 아니다. 최근에 직접 코인 투자를 해봤는데, 그냥 도박판이다. 아무 정보도 필요 없고 공부도 필요 없다.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내재가치가 없는데 무슨 공부가 필요한가. 쉽게 이야기하면 '게임머니'를 인정하자는 얘기와 똑같다.”

홍성국=“지금 사실상 중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자산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하는 것은 한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도 가상화폐를 자산이 아닌 사기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과 체계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호=“가상자산에 대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불안하게 출발하기보다는 정확히 정의를 내리고,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출발하는 게 좋을 것이다. 과세도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때, 화폐로 이용될 때 등 여러 면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추경호=“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인 이론은 있지만,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직접 개념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상화폐 ‘제도화 먼저’에는 한목소리

-가상화폐, 제도화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인가.

양향자=“그렇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대로 된 체계와 질서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치의 변동 폭이 17세기 튤립 투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때문에 제도화‧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시스템화되지 않으면 가상화폐에 대한 분석과 설명도 있을 수 없다.”

노웅래=“빠른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설정하고, 시스템을 준비해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격을 조절하고 허위공시 등을 잡아내서 위험요인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면 앞으로 부작용은 더 커질 것이다.”

추경호=“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100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거래소에 대한 감독, 코인 거래 안전성 기준이나 공시 규정이 없어 투자자의 깜깜이 투자를 방치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이를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거래안전성과 투명성, 공시의 신뢰성과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법규를 마련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를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

권영세=“제도화나 보호 대책도 없이 세금만 걷겠다는 건 2030세대들 고혈을 빠는 짓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가상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보호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인호=“과세를 하기 위한 제도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아무런 정의가 안 돼 있는데 도박‧로또로만 취급해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가상화폐 과세···“유예해야” vs “과세해야”

-내년부터 걷는 가상화폐 세금, 유예해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추진해도 될까.

윤호중=“가상자산에 대한 거래를 투명하게 볼 수 있고, 소득에 대해 파악을 할 수 있게 되면 당연히 과세할 수 있다. 과세는 하고 그것에 맞는 적법한 행위로서 대우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양향자=“가상화폐로 얻은 소득에 대한 과세는 꼭 필요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추경호=“정부가 가상화폐 자산에 과세하려면 미국‧영국‧일본 등과 같이 가상화폐의 발행‧유통에 대한 제도, 가상화폐에 대한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체계적인 법규가 마련된 후에 소득에 대한 과세를 하는 것이 투자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전까지는 과세유예 조치를 해야 한다.”

홍성국=“과세는 가상화폐에 대한 체계가 정립된 후의 나중 문제라고 생각한다.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손해 등을 정리한 뒤 과세 논의가 있어야 한다.”

김상봉 =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맞는다. 그런데 지금 국내외에서 모두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과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금을 매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법적 규제를 만들면 된다. 다만 명확한 기준이 설 때까지는 과세를 유예하는 대신 거래세는 걷어야 한다.”

◆은성수 발언···“21세기판 쇄국정책” vs “어른으로서 한 말”

-앞서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고 발언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호중=“은 위원장이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금융거래로서 보호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가상자산은 경제활동 중 하나이며, 엄연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불법행위나 사기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 거래자 보호조치 등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노웅래=“가상화폐를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21세기판 쇄국정책이다.”

인호=“여러 의견이 분분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 여태까지 그런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무조건 '어른 말을 들어야 한다'는 권위적인 태도보다는 청년층이 코인에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면을 살펴봐야 한다. 그런 다음 근본적 원인을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김상봉=“은 위원장의 의견이 맞다. 사실 어른으로서 그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다. 도박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한테 강의하면서 항상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화폐 금융 배웠다고 사기 치지 마라. 둘째, 선물옵션은 나중에 회사 가서 해라. 셋째, 코인판에는 기웃거리지 마라. 이 세 가지다."

◆가상화폐 광풍···“절망적 표현” vs “도박판에 불과”

-가상화폐 광풍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권영세=“청년들을 나무라고 훈계하기 전에 그들이 가상화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올해 가상화폐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이 2030세대다. ‘내 집 마련’이 사치가 된 청년들이 돌고 돌아 가상화폐로 내몰리고 있다. 일확천금에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고,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호=“하나의 절망적인 표현이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대출은 줄어드니 월급만 가지고 (먹고살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현금 부자만이 부동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있다. 흙수저를 표방한 정권이 오히려 금수저를 위한 정책을 쓰면서 금수저의 나라가 되고 있다.”

김상봉=“2030 세대가 돈 벌 수단이 코인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가상화폐는 그저 도박판이라 사회적인 문제와도 연결 짓기 쉽지 않다. 2030은 '어른들은 주식, 부동산으로 불로소득 얻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가상화폐는 불로소득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번 사람도 몇 명 없다. 잃은 사람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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