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발 늦은 가계대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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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5-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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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대출 수요가 폭증하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 개인 차주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60% 이하) 규제를 적용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을 회수하기로 했다.

규제가 발표되자,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바짝 조였다. 고신용자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신용대출 신청을 받지 않았으며 대출금리도 올라갔다. 강도 높은 신용대출 조이기에 시중은행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빚투, 영끌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1월 들어 은행들이 신용대출 규제를 조금씩 풀자, 대출 희망자들은 은행으로 몰렸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을 보면 3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6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3월 증가폭으로는 지난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잡히지 않은 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적용 대상을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두고 “늦은 감이 없지 않다”라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신규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이같은 대출규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육박해 70%대인 선진국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유동성→조이기→유동성’ 흐름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단순 억제책에 불과하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출규제는 강도가 더 세질수록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 폭증과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이용 증가, 서민들의 대출 절벽 등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할 이렇다 할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당국은 대출이 과열될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리는 것을 멈추고 보다 근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사진=이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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