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밸붕] 재건축 규제 풀어주기 vs 집값 폭등 지켜보기

김재환 기자입력 : 2021-04-26 17:52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김재환 기자

집값이 저세상으로 가고 있다. 한 CNN기자는 한 해에 114% 뛴 테슬라 주식을 'out of this world'로 표현했다. 우리네 집값에 참 어울리는 표현이다.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한 해(2020년1월~12월)에 서울은 31%, 세종은 74%, 전국 평균 21% 올랐다.

테슬라가 한 주에 80만원쯤이면, 서울 평균 집값은 한 채에 11억원이다. 한 달에 1%만 올라도 1000만원 이상 뛴다. 우리나라 직장인 월평균 '연봉'이 3440만원이란다. 연초 연봉협상에 열을 올렸던 스스로가 초라하다. 집 앞에선 부질없는 것을.

국민 모두가 비슷한 마음으로 부동산 문제를 심각히 바라보고 있을 게다. 그 눈초리가 두려웠는지 여·야는 모두 앞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동산 반성문으로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었다.

마치 수족관 오징어가 한쪽 벽에 부딪히면 다른 쪽 벽으로 달려가듯. "그동안 왔던 길이 아니네? 그럼 반대로!"를 외치며 우르르 몰려갔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자 정부·여당은 다시 정비사업 반대로 돌아섰다. 1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지금 서울 집값이 천장, 아니 우주를 뚫을 기세여서다.

어깨 걸고 같이 오징어 직선운동 하던 처지에 갑자기 '거 봐라, 안 된다고 하지 않았냐'며 팔짱을 껴버리다니. 이제 정부와 여·야는 집값 폭등을 지켜보거나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주거나 둘 중 하나로 다투는 중이다. 또다시 괴로운 밸런스게임이 시작됐다.

확실한 건 전자는 장기적으로 계속 아프고, 후자는 재건축·재개발이 끝날 5~10년 정도 바짝 아프다가 장기적으로 치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보인다. 일단 당분간은 아플 예정이다.

사실 박영선 후보자가 당선됐어도 유사했으리라.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두 후보자의 공약이 대동소이했으니까.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마치 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이 뛸 줄 몰랐다는 듯 이제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며 수습하기 바쁘다.

이미 재건축 호재만 기다리던 여의도와 목동, 도봉·노원 일대는 한 달새 1억~2억원씩 뛴 마당이다. 촌극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이유로 부동산의 정치화를 지적하고 싶다. 정부·여당도 초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를 보여주려고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숨겼다. 제대로 된 수요 예측도 없이 공급이 충분하다거나 엉터리 통계로 집값이 안정됐다고 공언했다.

일부는 반발했지만, 대다수는 그러려니 했다. 점점 많은 사람이 '이거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엔 기다려달라거나 정부를 믿어달라는 호소가 나왔다.

기다림이 계속 기다랗게 이어지자 정부·여당은 공급은 충분한데, 나쁜 투기꾼이 착한 실수요자를 못살게 군다며 정치공세로 편을 갈랐다.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주적'인 투기꾼이 문제라는 얘기다. 

"나는 집값이 떨어져도 상관없으며 남의 집에서 전·월세로 4년 정도 살면 충분하고, 출퇴근이 2시간씩 걸려도 몸 누일 집만 있으면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말이다.

심지어 그 정부·여당 주요 인사 중에서도 스스로 규정한 '실수요자' 범주에 들지 못한 이들이 많지 않은가. 정치논리에 눈이 멀어 경제주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실책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도 부동산 정치는 계속된다. 별다른 설명도, 계획도 없이 그동안 했던 일들에 비판이 거세자 대책도 없이 "그럼 그동안 묶어놨던 재건축·재개발을 풀어드리겠습니다"라거나 "세금 부담을 깎아드리겠습니다"며 여론 속풀이에 나섰다. 

무작정 괜찮다며 덮어놓고 달래던 과거나 대책없는 지금이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기자는 부동산의 정치화를 끊어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여·야가 서로 '나 없인 너 혼자 공급 못 한다'고 투닥대는 대신에 힘을 합치는 일이 그렇게도 힘든 걸까.

앞으로 공공과 민간이 경쟁적으로 공급을 확대해서 언제까지 내 집 마련 걱정을 어떻게 덜어주겠노라고 구체적으로 약속해줄 순 없을까.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주력할 순 없을까.

아, 대선이 코앞이지. 왜인지 불편한 부동산 밸런스게임은 계속될 것만 같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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