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막연한 ESG경영, 공정위 CP(자율준수프로그램)제도로 감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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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1-04-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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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기업들에 가장 핫한 이슈와 관심사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ESG 경영(ESG Management)을 들 수 있을 것이다. ESG 경영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유행처럼 스치고 지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이다. ESG 경영은 기업이 탄소배출 감소와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구성원 평등과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윤리경영·준법 등을 잘 실천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영이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ESG 경영이 기업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ESG는 '기업이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재무적 요소'이다.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기업이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는 과정이 올바른지 확인하는 지표이다. ESG의 확산은 국제단체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이 주도하고 있는데, ESG 지표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3가지 요소를 고려해 사회적으로 건전한 기업에 투자하도록 이끌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ESG 지표 중에 환경(E)과 사회(S) 부문의 지표는 비교적 명확하고 이견이 적은데, 지배구조(G) 부문은 기관마다 지표 구성에 차이가 많이 난다. 지배구조라는 단어 자체에 얽매여 주주 구성과 이사회 의사결정 위주로 지표가 구성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지배구조(G) 부문은 단어 그대로 해석할 게 아니라 준법과 윤리경영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준법·윤리경영이 ESG 지표에서 빠져서는 안 되며, 지배구조(G) 부문에 포함해서 평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 글로벌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Paris Agreement)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정비됐다. 이후 ESG는 2000년 영국에 가장 먼저 도입됐고, 이후 스웨덴·독일·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도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 기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업 관계자들이 ESG 경영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ESG 경영에 대한 여러 가지 지표들이 있지만, 기관마다 지표가 조금씩 다르고 막상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막연한 부분이 많다, 그런 기업들에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구체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부분부터 도입해서 적용하라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오래전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Copmpliance Program)’ 등급평가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평가 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잘 만들어서 ESG 경영의 첫걸음으로서 이를 도입해서 적용해볼 것을 권고한다. 많은 기업 관계자들은 CP라고 하면 기업어음(Commercial Paper)을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CP 하면 기업어음이 아닌 컴플라이언스(준법) 프로그램을 떠올려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부터 CP를 1년 이상 운영한 업체를 대상으로 CP등급평가제도를 마련하였으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2010년부터 CP등급평가 업무를 공정위 수탁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홍보가 부족해서 많은 기업들이 신청하지 않고 소수의 기업들만 신청해서 활용 중인 게 안타깝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은 기업들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제정·운영하는 교육, 감독 등 내부준법시스템을 말한다.

CP 등급평가는 CP를 도입한 지 1년 이상 경과한 기업 중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평가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CP 운영실적 등을 평가하여 공정거래위위원회가 기업별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주관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이고, 평가기관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다. 평가대상 기간은 평가 신청 직년도 1년의 운영 실적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평가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평가위원에게 전달하여 1차 서류평가를 진행하며, 서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단계 현장평가를 실시한다.

기업이 CP를 도입한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CP 기준과 절차 마련 및 시행, 최고경영자의 자율준수 의지 및 지원, CP의 운영을 담당하는 자율준수관리자 임명, 자율준수편람의 제작·활용,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자율준수교육 실시, 내부감시체계 구축,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 임직원에 대한 제재, 효과성 평가와 개선 조치 등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CP 평가등급은 ‘AAA(최우수)’ 등급에서 ‘D(매우 미흡)’ 등급까지 6개 등급[AAA(최우수·90 이상), AA(우수·80 이상), A(비교적 우수·70 이상), B(보통·55 이상), C(미흡·40 이상), D(매우 미흡·40 미만)]로 구분한다. A등급 이상(A, AA, AAA)으로 평가된 기업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를 면제해주며, 법 위반사실 공표명령의 1단계 하향조치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은 전 업종에 적용될 수 있는데, 주로 제약회사와 건설회사·유통업체 등 일부 업종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전 업종에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구분 없이 적용 가능하므로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CP를 도입하고 운영한다면 ESG 경영의 도입·확산에도 도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CP 등급평가를 받으려면 대기업은 소정의 평가비용을 제출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평가비용을 면제해준다. 중소기업은 평가비용도 들지 않고 CP를 도입할 수 있고, 등급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으면 여러 가지 혜택도 있으므로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자 한다. 필자는 기업들이 CP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ESG 경영에 쉽게 접근하고 ESG 경영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ESG 경영과 관련해서 외국의 지표와 사례에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잘 만들어서 오랫동안 잘 다듬어진 CP제도가 적극 활용되기를 바란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차기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웹발전연구소 대표이사 △국가ESG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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