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마스크 써주세요"에 돌아오는 주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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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4-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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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길거리 등 장소 가리지 않는 마스크 관련 시비...폭행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 방역 당국, 12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실시... 종업원은 손님 눈치 보는 중

  • 마스크 계속 끼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좌절감 느껴... 그래도 방역 수칙 지켜야

#올해 2월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A씨가 손님 B씨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A씨가 버릇없이 말을 한다며 A씨 얼굴과 배 등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B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난동을 부렸고 징역 8개월과 벌금 6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택시 기사에게 욕설하고 때릴 듯이 위협한 손님 C씨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C씨가 만취해 택시 기사를 위협하고 체포된 뒤에도 경찰관에게 폭력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됐다. 하지만 ‘노(No)마스크족’은 업주, 아르바이트생 등의 마스크 착용 요구를 주먹으로 받아치고 폭언까지 퍼붓기도 했다. 최근 방역 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했지만 종업원 ‘을’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갑’의 눈치를 보는 중이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동안 마스크 착용 요구로 인한 시비가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경남 김해 한 주점 앞에서 60대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한 여성의 배를 발로 차고 몸을 밟는 등 전치 14일의 상해를 입혔다. 남성은 옆에서 말리던 50대 여성에게도 몸을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해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관련 갈등은 수시로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에서 받은 마스크 관련 민원은 전체 민원 중 14.7%로 냉·난방(52.6%)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자 관련 민원이 10만건 이상 접수됐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마스크 미착용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직원에게 폭언을 내뱉거나 폭행을 가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은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로 승객을 때렸으며 당시 난동을 부린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하철 외 버스, 택시 등에서도 마스크 관련 폭행 사건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시내버스에서는 70대 여성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 달라고 요구한 버스 기사 얼굴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재판부는 여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00명대를 유지하면서 ‘4차 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마스크 중요성은 더 강조됐다. 방역 당국은 지난 12일부터 방역 지침을 강화하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시행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한다. '실내'에는 버스·택시·기차·선박·항공기, 기타 차량 등 운송수단, 건축물 및 사방이 구획되어 외부와 분리된 모든 구조물이 포함된다. 마스크 미착용자는 과태료 10만원, 운영자의 운영·관리 소홀에 대해서는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종업원의 벌금이 손님보다 15배 많지만, 실상은 ‘갑’인 손님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카페를 운영 중인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마스크 내리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다른 누리꾼은 “사장이 마스크 착용을 정중하게 부탁했는데 손님이 큰소리로 화를 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고 전했다.

앞서 편의점 사례처럼 갑질을 빙자한 마스크 착용 거부 및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대전지방법원(형사9단독 이정훈 판사)은 한 식품매장에서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한 직원 얼굴에 침을 뱉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20대 C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종업원 ‘을’이 손님 ‘갑’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다가 피해를 본 것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국제서비스노동조합과 함께 맥도날드 직원 41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44%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고객을 응대하다 언어 또는 신체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느끼는 피로감이 커지지만, 방역 지침은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쓰라는 말을 계속 듣지만, 아직 확진자가 상당히 많이 나오면서 좌절감이 생긴다. 이때 옆에서 힐난하는 투로 말하면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방역지침인 만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총리직부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스크는 나와 내 가족, 이웃의 확진을 막는 ‘1차 방어막’이다. 언제 어디서나 함부로 그 방어막을 해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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