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오포럼]시진핑, 바이든 향한 작심 발언…줄타기 고민 드러낸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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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4-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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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아오포럼 연설 "툭하면 내정간섭"

  • 신냉전·제로섬 안돼, 대국답게 굴라

  • 가치사슬 中 배제 움직임 "규칙위반"

  • 기후대응·백신외교 마이웨이 재강조

  • 文연설, 미·중 균형외교 고충 재확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대국답게 행동하라", "툭하면 내정간섭을 한다", "남을 멋대로 부린다" 등 다소 거친 언사도 동원됐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경제·군사 등 분야에서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상황이라 시 주석의 입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시 주석에 이어 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쳐야 하는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적 다자주의와 아시아 연대, 신기술 공유 등은 미국의 대중 정책과 결이 다른 내용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美 리더십 회복 행보에 일일이 딴지

시 주석이 이날 화상으로 전한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은 부드러운 어조로 시작됐다.

그는 '당신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마음이 통하니, 구름과 바다가 깊은 게 무슨 대수인가(與君遠相知, 不道雲海深)'라는 당 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의 시구를 인용해 안부를 건넸다.

이어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함께 진보·발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내 미국을 정조준한 발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팬데믹 세례를 겪으며 각국은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을 포기하고 어떤 형식의 신냉전이나 이데올로기 대결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툭하면 다른 나라를 마음대로 부리거나 내정에 간섭하면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과 연합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인권 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꾀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도 딴지를 걸었다.

시 주석은 "국제적인 일은 함께 상의해 처리해야 하며 세계의 미래 운명은 각국이 공동 관리해야 한다"며 "하나 혹은 몇몇 국가가 만든 규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세계는 공도(公道)를 바라지 패도(覇道)를 원하지 않는다"며 "대국은 대국다워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과학 기술과 혁신 성과로 각국 인민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인위적인 장벽 쌓기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경제·시장 규칙에 어긋나며 스스로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 주도로 22~23일 열리는 기후정상회의를 겨냥한 기선 제압용 발언도 있었다.

시 주석은 파리협정을 언급하며 "공통적이되 구분이 있는 책임 원칙을 견지하고 자금·기술·능력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소중립 시기 단축 등 중국을 향한 과도한 요구를 사전 차단하고, 개도국과 힘을 합쳐 선진국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은 영원히 패권 추구, 세력 확장, 군비 경쟁을 하지 않겠다"며 백신 지원 확대 등을 앞세워 미국에 대항하는 새 진영을 꾸리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習 입버릇 재강조한 文…미국과 엇박자 우려 

중국은 이날 18명의 국가 정상급 지도자와 주요 기업인의 영상 메시지를 틀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순서는 5번째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며 같은 점을 추구한다)'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동존이는 시 주석 등 중국 수뇌부가 미·중 갈등이 격화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반복해 온 수사다.

문 대통령은 포용적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당장에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이다.

"백신 기부 등 코로나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대목도 중국의 백신 외교를 견제 중인 미국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사안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 간 신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미국은 첨단·혁신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포용과 상생을 강조했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균형 외교에 대한 고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릴레이 화상 연설의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최태원 SK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철학을 재강조했다.

최 회장은 "ESG 경영은 이제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사회적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상 연설자 중 기업인은 유세프 알 벤얀 사우디 사빅(SABIC) 부회장과 최 회장 단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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