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해석서] 가치관 바뀌는데 제도는 제자리...결혼 기피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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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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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층, 결혼에 회의적…고학력 30대 여성 혼인지연 뚜렷"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느 정도 나이가 찼다는 이유만으로 등 떠밀리 듯 결혼하는 시대는 지났다. 결혼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다.  

최근의 높은 미혼율은 비혼과 만혼 현상과 관련이 깊다. 이런 경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두드러진다.

15일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실린 '저(低) 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를 보면, 15세 이상 인구 중 남성의 미혼율은 33.6%, 여성은 25.7%로 남성이 7.9%포인트 더 높다.

이는 세대 유형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부부나 부부+자녀 가구의 비율은 감소한 반면 청년층 부모 동거 세대와 1인 가구의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성인이 돼서도 부모 세대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했다. 30대 미혼남녀 중 캥거루족이 절반이 넘는다. 20~24세 72.0%, 25~29세 64.8%, 30~34세 57.4%, 35~39세 50.3%, 40~44세 44.1%로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54.8%에 이른다.

청년층의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캥거루족의 비율은 30~34세 57.4%, 35~39세 50.3%인 반면 나홀로 사는 1인 가구는 30~34세 25.8%, 35~39세 32.7%를 상회한다.

젊은층이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인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은 "2030 청년층은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나서도 취업난이라는 불안정한 미래와 마주한다"며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교육·취업·소득·주거의 불평등이 더 구조화하고,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과 미래 불안정은 더욱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불안정한 미래가 비혼의 원인인 셈이다. 미혼율의 상승과 비혼 인구의 증가는 대부분 산업화된 서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는 전통적인 결혼 제도를 거부한 비혼가정이 빠르게 확산한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이 비율은 낮다.

인구 유입률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혼외출산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와 집값 상승은 결혼과 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생애 주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청년층은 정규 교육을 마치고 노동시장에 진입해 부모로부터 독립 세대를 이루고 결혼과 출산이 이뤄지는 역동적인 시기다. 그러나 급격한 비혼 증가와 저출산은 생애의 단계적 진입을 어렵게 하고, 생애 과정의 변동과 비정형을 초래한다.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승하면서 비혼과 무자녀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제도권 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규범이 강하기 때문에 동거와 혼외출산 비율이 낮다. 비혼이 곧 저출산으로 연결되는 이유다.
 
박 서기관은 "개인주의와 현재주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청년층은 결혼에 회의적"이라며 "특히 미혼여성에게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혼여성은 미혼남성보다 결혼에 대해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은 남성 13.9%, 여성 3.7%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은 남성 6.4%, 여성 15.5%로 집계됐다.

결혼을 원하지만 하지 못한 경우 남성은 경제적인 요인이 컸고, 여성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꼽았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45세 기준 여성의 미혼율은 1950~1954년생은 2.2%에 그쳤지만, 1970~1974년생은 22.2%로 20%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여성은 비수도권 거주 여성에 비해 결혼을 늦게했다. 학력도 결혼과 상관 관계를 보였다. 석사 이상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24.8%로, 고학력 남성(17.8%)보다 높았다.

35~39세 여성의 혼인 이행률을 보면 고졸 이하가 17.4%로 가장 빨랐고 그다음 대학(18.9%), 대학원 이상(24.8%) 순이다. 이에 반해 남성은 고졸이하(43.6%), 대학(30.1%), 대학원이상(17.8%)로 학력이 높을수록 미혼율이 감소했다.

전문관리직 역시 여성의 미혼율(25.7%)이 남성(22.8%)보다 높았다.

이 같은 결혼 기피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으로 1명대를 하회한다.

박 서기관은 "청년층의 고용 불황과 치솟는 주거비용은 결혼 진입 장벽을 한층 높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인구 절벽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 인구성장률의 둔화, 인구절벽은 지금 세대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혼인과 출산의 주력 세대인 청년층의 가치관의 변화는 제도와 정책 변화보다 빨랐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결혼과 출산의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며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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