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추천이사제 1년새 4번 무산…"文정권 내 도입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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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4-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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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쟁 위주' 노동문화 탓에 우려 목소리 커

  • '거수기' 사외이사 선호 관행부터 바뀌어야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주요 금융사 노조가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주주총회나 주무부처 승인이라는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거수기’ 역할을 자처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현 정권 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한 곳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B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네 곳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월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 최종 후보로 제청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캠코는 지난 8월 사외이사로 한 인사를 추천했지만 낙마했다. 민간 금융회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앞장섰던 KB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11월 주주들의 반대에 주주총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기업은행은 노조가 윤종원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도입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윤 행장은 노조가 추천한 인사 1인을 포함해 총 4인을 금융위에 제청했지만, 금융위는 노조 추천 1인을 부적격 사유로 배제했다.

금융권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비롯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를 이사회 일원으로 포함하는 ‘노동이사제’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에 금융권은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노동이사제 도입안을 의결하면서 노조 추천 이사 선임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임에도 금융권의 노조추천이사제가 줄줄이 무산되는 데는 제도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이 말기에 들어서면서 노조추천이사제는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추천이사제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높여 경영진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투쟁 위주’의 노동 문화 탓에 지나친 개입으로 경영진과의 마찰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이사회의 최종 결정을 지연시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서 대부분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을 원하는 기업 문화가 변하지 않는 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중요 의결사항을 결정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일부가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총 5건(신한금융지주 4건, 하나금융지주 1건)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경영진들은 본인의 경영 활동에 힘을 실어줄 ‘거수기’ 사외이사를 원하지 의사결정을 일부러 지연할 인사를 원하지 않는다”며 “주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쉽지 않고 노조에서 노사 모두를 균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노조 추천 이사는 억지로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는 인식이 강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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