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신 칼럼] 틀어진 韓日.. YS식 해법 검토하라

김재신 남서울대학교 객원교수‧ 전 외교부 차관보입력 : 2021-04-05 17:58

[김재신 교수} 




올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하고,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3‧1절 기념사를 통해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을 수는 없다.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일본에 대화를 제의했다. 그러나 일본의 외상과 관방장관은 “양국의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책임지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겠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스가 총리도 “갈등의 해법을 한국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피해자인 우리가 대화를 제의하고 가해자인 일본이 거부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양국 관계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존심 상하는 일은 이뿐이 아니다. 통상 수일 내에 행해지는 외교장관 간 신임 인사 전화가 지난 2월 9일 외교부 장관 취임 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1월 22일 부임한 주일 대사는 신임장 제정은커녕 외상 예방도 못하고 있다. 2월에 부임한 주한 일본 대사도 같은 처지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에 관한 기술을 삭제하는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3월 31일, 외교부 장관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또다시 대화를 제의했다.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기와 상황이 적절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아니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랜 기간 한‧일 관계 업무를 담당해 온 전직 외무공무원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일 간 대립과 반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반일과 혐한 현상으로 정상적인 관계 유지가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 하에 진정성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나, 우리 정부도 남은 1년여 임기 동안 적정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대일 외교 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여 대내외적 이해와 지지의 폭을 넓혀야 한다. 최근 정부의 일련의 유화적 발언이나 대화 제의는 불과 얼마 전과 비교해 볼 때 갑작스럽고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전쟁 시기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이지 않는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 승리의 역사를 만들 것” 등 문 대통령의 이전의 결연한 자세와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일본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우리 정부가 정책을 전환하려는 배경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의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하다면, 일본도 불필요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대화에 나서는 등 입장 전환을 할 것이다.

대중 견제와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한‧미 동맹과 대북 정책 공조 등을 강화하는 외교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한‧일 협력체제는 장기적으로 대중 관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둘째, 빈사 상태인 2015년 위안부 합의도 정리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정부 간 공식적 합의”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이에 따른 후속 조치가 기대된다. 2014년 당시 아베 총리는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듯한 언행을 하면서도 마지못해 ‘일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몇 년째 방치되어 있는 일 정부 출연금 사용 잔액(약 106억 원 중 60억원) 처리 등에 관한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셋째, 당면 현안인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법원 판결에 대해 3권분립이 아닌 3권을 포괄하는 입장을 정립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금이나 재단 설립,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다. 심지어 일본 기업이 먼저 배상을 하면 우리 정부가 이를 보전해 준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위변제 방식도 거론되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정부가 강조해 온 ‘피해자 중심주의’와 거리가 멀고, 피해자도 원치 않을 것 같다. 그렇게까지 하려고 지난 몇 년간 그 ‘소동’(?)을 벌여온 건 아니지 않은가.

필자는 차라리 물질적 배상을 포기하고 피해자가 수용 가능한 사죄와 반성을 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1993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당하고 민족적 자긍심에 부합하는 조치로서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YS 식’ 해법이다. 가해자인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법원의 판결에 의한 일방적 배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면 우리 스스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국민적 자존감을 지키면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기 바란다.

김재신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외교비서관 ▷외교통상부 차관보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 대사
 

김재신 남서울대학교 객원교수‧ 전 외교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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