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1년] 진상보고서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

김태현 기자입력 : 2021-03-30 03:00
전 채널A기자·한동훈 연구위원 300여차례 연락내용 확인 안돼 사건발생후 처리과정 석연치 않아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3월 31일 총선을 2주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털어놓으라"며 한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사건 전말은 밝혀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건 거의 없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불기소 처분' 요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포렌식 없이는 수사를 종결할 수 없다"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입장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해야 한다는 결재 요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 편지를 보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과 공개된 녹취록 등을 고려할 때 무혐의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부터 3월말, 그러니까 검·언유착 사건이 벌어지던 시점에 300여차례에 걸쳐 연락했지만 그 내용이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기자 휴대전화는 포렌식을 했으나 이미 디가우징해서 자료를 복구할 수 없었다. 디가우징은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장치에 있는 정보를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복구할 수 없게 완전히 지우는 기술이다. 한 연구위원 휴대전화는 아직 포렌식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이 전 기자는 재판에서 "이철 측 대리인이던 제보자X를 만나기 전에 이미 MBC가 접촉한 사실이 최근 보도됐다"며 "미리 프레임을 짜고 이뤄지려는 시도가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이라며 장인수 MBC 기자와 이 전 대표 측 대리인이었던 제보자X가 함정을 팠다는 주장이다.

차이는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장 기자와 제보자X는 휴대전화를 비롯해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이 전 기자와 한 연구위원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채널A 진상보고서'에 담긴 진실은

MBC에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자 이 전 기자 소속 매체인 채널A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사건을 파악했다. 사건이 터진 직후에 작성됐기 때문에 현재까지 밝혀진 사항 중 가장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지난해 2월 14일부터 3월 10일까지 다섯 차례 편지를 보냈다. 이 전 대표 측 대리인으로 나온 제보자X를 만난 것은 3차 편지를 보낸 2월 21일 이후부터 취재가 중단된 3월 22일까지 모두 세 차례다.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1차 만남에서 검찰 고위 관계자의 통화 녹음을 들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월 26일엔 합법적인 방식을 강조하는 4장짜리 편지를 이 전 대표에게 보냈다.

3월 22일 세 번째 만남에선 제보자X에게 음성파일을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노트북에 연결된 이어폰 한쪽은 제보자X, 나머지 한쪽은 자신의 귀에 꽂은 채 7초가량 재생했다는 것. 이는 제보자X와 이 전 기자 양측 주장이 대체로 비슷하다.

7초짜리 녹음 파일에는 "제보해, 그 내용을 가지고 범정(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접촉해. 필요하면 내가 범정을 연결해줄 수 있어. OOO 같은 친구는 믿을만한 친구거든. 그러면 정식 루트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거 하나도 없고"라는 발언이 포함됐다.

제보자X는 지난 27일 아주경제 단독 인터뷰에서 "이 전 기자가 해당 내용 녹취록을 보여주면서 녹음파일도 같이 들려줬다"고 말했다.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일련의 처리 과정을 되짚어보면 석연치 않은 상황이 상당 부분 발견된다.

검·언유착 사건 초반 한 연구위원은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대화나 발언, 통화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당연히 녹취록과 같은 대화도 존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화 내용이 존재할 수 없다는 한 연구위원 말과는 달리 진상조사 과정에서 배모 채널A 법조팀장은 "녹음파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진상조사위에 노트북을 포맷한 이유에 대해선 "2주 전부터 윈도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전산팀 연락이 왔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언급하기도 해서 윈도7을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전산팀 관계자는 "이 기자 노트북은 윈도10 사양이라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기자 측은 재판에서 녹취록 속 인물은 제3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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