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反中전선 압박에 北 인권결의안 딜레마까지...文정부 외교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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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3-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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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24일 북한인권결의안 채택...文정부 3년 연속 불참

  • 도쿄올림픽 등 남북화해 기회 무산된 상황...北결의안 참여는 무리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

반중 전선 압박에 이어 북한인권결의안 딜레마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의 외교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대중국 포위전략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교적 부담이 커졌다. 

◆24일까지 유엔결의안 명단 접수...외교부 "막판까지 논의할 것"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당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정기 이사회가 마무리되는 23일로 예정됐지만 이사회 마무리가 미뤄지면서 24일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에서 24일까지 인권결의안의 명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내부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고 막판까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인권결의안 초안에는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43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인권결의안 초안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OC) 회부와 추가 제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 정부는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지난 2019년부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고려해 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올해도 제안국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정부 기조로 미뤄봤을 때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예전과 명단 없이 찬성만 하는 동일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지난해까지 한반도 관계 등 제반 사항을 감안해 불참한 건 맞지만, 결의안 합의 채택에는 동참했다"며 "여기에 의미를 부여해줬으면 한다"며 명단 불참 가능성을 높였다. 

◆전문가들 "바이든 정부 인권문제 대중국 포위전략으로 활용" 

갑작스러운 북한 인권결의안 참여는 외교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라는 데 의견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북한은 담화문을 내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교류국 등 남북 소통 기구를 정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치적인 의중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인권문제가 단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일종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보안보센터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정부에게 인권은 중요한 가치이면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결국은 바이든 정부의 1차적인 가치는 인권인데, 중국과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안 좋은 것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유리할 수 있어서 정치적 용도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외교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다만 인권 문제로 시작해야 하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정부가 갑작스럽게 기조를 바꾸는 것은 외교적으로 봤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묶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홍 연구실장은 "무작정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깃발들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동맹존중이 아니다"라며 "카운터 파트너인 한국이 가진 고민점이 있는데, 동맹국이 가진 특수한 상황도 이해해주는 것이 진정한 동맹존중"이라고 지적했다.  

◆北 협상테이블 끌어올 기회 무산...文정부 외교적 입지 좁아져 

게다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계기로 여겨졌던 일본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전환된 점도 우리 정부에는 악재다. 도쿄올림픽 무관중 진행 결정으로 당초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은 물론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 남북 단일팀 구성 등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해의 기회도 무산됐다.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만큼 갑작스러운 북한 인권결의안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 연구실장은 "남북관계 북·미 관계가 불확실성이 크고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인데 갑작스러운 기조 변경으로 북한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는 불참하더라도 바이든 정부 기조하에 인권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센터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보면 우리도 인권문제를 제기할 시기"라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판단을 한 뒤에는 문재인 정부가 왜 인권 문제를 유보하고 있는지, 향후 북한을 어떻게 대화로 견인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문제에만 예외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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