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준익 감독·설경구·변요한 '자산어보', 흑백 속 강렬한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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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3-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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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변요한, 설경구[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믿고 보는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뭉쳤다. 색은 덜어냈지만, 온도만큼은 따뜻한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서다. 영화 '소울' '미나리'로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는 극장가에 '자산어보'가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자산어보'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는 조선시대 학자 정얀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에서 출발했다. "섬 안에 덕순 장창대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문을 닫고 손님을 사절하면서 독실하게 옛 서적을 좋아했다. (…) 결국 나는 그를 초청하고 함께 숙식하면서 함께 궁리한 뒤, 그 결과물을 차례 지워 책을 완성하고서 이를 '자산어보'라고 이름을 지었다"라는 서문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준익 감독은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어서 함부로 찍을 수 없는 소재다. 조선의 서학이라는 천주교가 들어오면서 벌어진 사건과 여기에 얽힌 인물의 사연을 다룬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약전과 정약용의 경우 기록이 있지만, 창대는 이름만 있고 창대와 얽힌 이야기와 배경은 만들어낸 내용으로 고증과 허구가 섞여 있다"라며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고집해서 만들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로는 "우리 역사를 공부하거나 정리할 때 근대에 대한 애매한 지점이 있다. 사극을 찍어오면서 한국에서 근대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라며 "커다란 사건, 정치, 전쟁사로 이를 표현하는 건 오류라고 생각했고 그보다 개인에 찾아야 한다고 봤다. 그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개인을 찾다 보면 (근대성의) 씨앗이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정약용과 정약전의 대립이 아닌 차이를 조명한다고 거들었다.

이 감독은 "창대가 그 시대와의 불화 속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보여준다. 200년 전 이야기지만 오늘이라고 다른가 싶었다. 개인주의와 현대성을 자산어보, 정약전이라는 인물을 통해 찾아가려 했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자산어보' 출연 계기를 언급, "몇 년 전 영화제 무대 뒤에서 감독님과 만났다. '책 줘요' 하니까 열흘 뒤에 연락이 왔다. 그게 '자산어보' 였다"라고 설명했다

'자산어보'는 설경구의 첫 사극. 그는 "과거 사극 출연을 제안받았지만, 용기가 안 나서 미루고 또 미뤘다"며"첫 사극인데 이준익 감독님이어서 다행이다 싶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사극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흑백영화라는 점도 새로운 경험이다. 한 번의 결정으로 여러 가지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에 관해 "실존 인물, 큰 학자의 이름을 배역으로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섬에 들어가 배우들과 잘 놀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사극이 처음이라 어려움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용기 주셔서 그 말을 믿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변요한은 평생 살아온 흑산도를 벗어나기 위해 글공부를 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그는 "촬영 전 유배지인 흑산도를 다녀왔다. 홍어 해체 교육도 받아 어려움은 없었다. 약전 선생님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지가 촬영 끝날 때까지 숙제였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설경구와의 호흡에 관해서도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변요한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선배입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빈말을 잘 못 하는데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우고 느낀 순간 같다. 뭔가를 직접 가르쳐 주시려고 하지 않아도, 인생을 덜 산 후배로서 배우고 느낀 점이 있다. 이를 설명하면 밤을 지새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과 배우들[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은은 가거댁 역을 맡았다. 유배 온 정약전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지낼 곳을 내어주는 인물. 그는 "정약전의 든든한 마음 지킴이"라고 가거댁을 소개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감독님께서 도표를 보여주셨다. 창대와 정약전 사이에 제가 들어가서 그들의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두 사람 사이에서 그 관계를 바라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연기 주안점을 설명했다.

영화 말미 설경구와의 로맨스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이정은은 "설경구가 군대 제대 후, 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때는 이런 관계로 발전할 줄 몰랐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너무 친하다 보니, '연인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친하다 보니 무엇이든 해보게 되더라. 감독님께서 이야기해주셨고, 스스럼없이 해본 것 같아서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두고, "흑백이지만 컬러보다 더 많은 색이 가득 차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색을 덜어내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인물의 깊이나 명암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섬이 있다. 흑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컬러보다 더 많은 색이 가득 찬, 흑산이 아닌 자산의 색이 보인다. 몇 년이 지난 후 자리를 찾아가는 영화가 있고, 이를 찾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영화가 있다. '자산어보'는 개봉 후 10년 뒤쯤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고 찍었다"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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