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잡겠다는 삼성의 ‘파운드리 근자감’ 3대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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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1-03-1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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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함 없는 선단공정 기술력·슈퍼 사이클 수요 기대·대규모 투자 및 M&A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에 대해 삼성전자가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자신감의 근거는 세 가지에서 비롯된다. 선단공정에서 차별화 되는 기술력, 슈퍼 사이클로 폭증이 예상되는 글로벌 수요, 그동안 보유해온 자본금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그것이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소집된 정기주주총회와 관련 공시자료 등을 통해 향후 반도체 사업 전략에 있어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선단공정 경쟁력, 부족함 없어...규모의 경제 이룰 것”

특히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장인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가 “반도체 부문에서도 대만 TSMC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선단 공정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규모의 경제’를 꼽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형 고객사들을 다수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대형 고객사는 파운드리 업체를 평가할 때 선단 공정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 능력을 가장 많이 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직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아 TSMC보다는 캐파(생산 능력), 시장 점유율 등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선단공정의 경쟁력과 캐파 부문의 효율적인 투자를 적기에 실행해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김 부회장이 언급한 선단(첨단, advanced) 공정은 반도체의 선폭(트랜지스터 게이트의 폭)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이 부문에서 만큼은 “TSMC와 양강구도를 형성해 경쟁 중”이라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작년 11월 “2021년 10nm 이하 선단공정 점유율은 TSMC 60%, 삼성전자 40%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0년 4분기 중 5나노 1세대 신제품의 공급을 시작했고 수율 확대(Ramp-up)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개발·제조·인프라 혁신을 기조로 2021년 하반기에 5나노 2·3세대 공정 제품을 동시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퍼 사이클 호재 업고 과감한 인수합병 예고

특히 올해를 시작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예고되는 점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자신감을 느끼는 요소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만들자마자 속속 팔린다. 없어서 못 팔 지경으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올해 수요 폭증의 근거로 △미·중 간 무역분쟁 영향에 따른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반사이익을 노리는 스마트폰 업체의 점유율 경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안전재고 확보 △스테이 앳 홈(Stay-at-home) 수요에 따른 PC·TV·게이밍 강세에 따른 완성품 업체의 수요 경쟁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및 판매회사) 고객의 생산능력 선점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강한 수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강력한 시장 수요에 힘입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TSMC에 못지않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예고한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 계획도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큰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다. 핵심 투자는 경기 평택 2공장에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최신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라인이다. 당초보다 시일을 앞당겨 올 상반기 EUV를 조기 가동을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이와 관련해 10조원 투자 계획을 공언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 첫 현장경영 행보로 찾을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과감한 M&A는 올초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등을 기점으로 한층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지배력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인수 물망에 오른 곳으로 네덜란드의 NXP,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의 르네사스 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도 한 젊은 주주가 “3년 내 유의미한 M&A를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다시금 그 대상과 일정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고 있다”며 “분야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M&A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으로 오너의 의사결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표이사라고 해서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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