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중국 목죄는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1-03-18 1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왕휘 교수



 
전쟁의 시대가 가고 외교의 시대가 왔다. 미국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무역전쟁을 일으켰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를 통해 미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복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인도태평양전략 4자안보대화에 참여하는 일본, 인도, 호주 정상들과 화상회담을 하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6-8일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개최하였다. 이 회담이 끝나면, 블링컨 장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왕이 외교부장을 알래스카에 만날 예정이다.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가지기 전에 동맹국 및 우방국과 먼저 회동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사실상 방기되었던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을 옥죄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의 대폭 인상을 압박하면서 동맹국을 적대국을 다루듯이 몰아붙였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동맹국을 배려하였다. 가치와 이념에 기반을 둔 양자 및 다자 동맹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중국의 대외활동을 효과적으로 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맹 네트워크의 효력은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나타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태도를 밝힌 이상 미국이 중국에 양보할 여지가 크지 않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15일 워싱턴포스트 공동 기고문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신장, 티벳, 홍콩, 대만은 물론 남중국해를 거론하였다. 또한 재닛 열런 재무장관도 중국의 불공정 행위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제재를 유지할 것이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의 목표가 관계 개선보다는 관계 악화 방지에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도 양국의 최고위급 외교관이 대면으로 만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06년부터 이어져 온 외교·재무장관회담인 전략경제대화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부총리가 무역전쟁을 타개하기 위해 만난 13차례의 고위급 회담이 사실상 유일한 고위급 대화 채널이었다. 작년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 이후엔 이마저도 열리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주임이 이 작년 6월 하와이에서 만난 이후 양국 수뇌부가 전략적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만남은 전쟁보다는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회담 장소로 알래스카가 선정되었다는 사실도 양국 모두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알래스카는 양국의 수도에서 지리적으로 비슷한 거리에 있다. 알래스카가 미국의 영토라는 점은 중국의 양보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개시했다는 대중 강경파의 비판을 무마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7년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렸던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알래스카는 중국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는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조를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표명하였다는 점을 볼 때, 양국 사이에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협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기후변화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린뉴딜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환경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 강경파기 기후변화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무역에서 중국에 양보할 것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올 11월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담당하는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셰전화(解振华)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과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공직에서 은퇴했던 셰 부주임이 기후변화 특별대표로 복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케리 특사의 파트너였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마준(马骏) 전 중국인민은행 수석경제학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중국금융학회의 녹색금융분과 주임인 그는 G20에서도 녹색금융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다. 양국 사이에 협상이 잘 진행된다면 10월 말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과 GOP26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미국이 동맹 네트워크를 트럼프 시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다. 2006년 이후 세계경제 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코로나 19 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작년 성장률은 1946년 이후 최저치인 –3.5%였던 반면, 중국은 2.3%였다. 1.9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16년 만에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동맹국들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추구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둘째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후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였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맹비난하였다. 이런 교착 상황이 빨리 타개되지 않을 경우 외교를 통한 접근이 북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한일관계의 개선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미일 삼각체제는 안보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위협이다.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면, 연합군사훈련의 작전범위가 남중국해까지 확대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에 동참하게 되면, 중국은 수입대체가 단기간에 불가능한 첨단 소재부품장비를 조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문제는 한일관계가 오랫동안 악화되어 왔기 때문에 미국이 타협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