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미.중 틈새외교학" 사용설명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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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1-02-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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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바이든 시대 미·중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2월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통화 내용을 보면, 양국 모두 전면적 대치 국면을 탈피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최대한 압박으로 일관하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경쟁을 하지만 협력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위챗과 틱톡의 사용을 금지했던 행정명령의 재검토는 협력의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도 개혁·개방을 지속하며 다자주의 질서를 존중하겠다고 화답하였다. 양제츠 외사담당 국무위원은 중국은 미국의 지위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였다.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경쟁과 협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양국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미국은 경쟁을 협력보다 더 강조하는 ‘극한 경쟁(extreme competition)', 중국은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하는 ‘협력적 경쟁(cooperative competition)'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경쟁과 협력은 사안에 따라 다르다. 인권·민주주의·무역 등은 경쟁의 영역, 환경·핵확산·코로나19 전염병은 협력의 영역에 속해 있다. 따라서 향후 양국 관계는 이 문제들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정리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취임 후 한 달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은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 정책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그렇지만, 그 방법과 수단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 차이는 대중정책의 기조가 일방주의가 아니라 다자주의라는 것이다. 미국우선주의를 집요하게 밀어붙인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은 물론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정책결정 과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 부처의 실무진보다는 백악관 내의 몇몇 측근에 의존하였으며, 중요한 정책을 대변인이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기도 하였다. 즉흥적인 정책결정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두 가지 직책을 신설하였다. 하나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회귀·재균형 전략을 설계했던 커트 캠벨 조정관이 인도태평양전략을 더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임무를 부여받았다. 다른 하나는 국방부의 대중 태스크포스이다. 국방장관실과 합참의장실 관계자, 전투부대 지휘관, 정보기관 당국자 등을 포함해 15명 이내의 민·군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태스크포스의 담당자는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엘리 래트너 현 국방장관 특별보좌관이다.

협상의제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우선순위가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불균형 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였기 때문에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의 인권 상황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문제들을 양자대화에서 직접 거론하였다. 2018년 6월 탈퇴하였던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2월 8일 선언함으로써, 미국은 다자적 차원에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였다.

무역정책에서도 쟁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상품의 대중 수출을 증대하는 데 치중한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노동 및 환경 기준까지 고려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임금 및 노동조건과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내정자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을 때 중국과 실질적이고 결과지향적인 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현재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환경·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취임 후 한 달 동안 집행한 정책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복귀를 선언하였으며, 캐나다산 원유를 미국에 공급하는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허가를 취소하였다.

사실 미·중 환경·에너지 협력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작년 9월 시진핑 주석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할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작년 12월 중국은 이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신시대 중국에너지 발전' 백서를 발표하였다.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서는 탄소배출량 1위인 중국과 2위인 미국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적극적 대응을 환영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 미·중 관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경쟁과 협력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선험적인 이념과 가치에 기반을 둔 이분법으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 분야별로 양국의 정책변화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분석하여 경쟁에는 최소한으로, 협력에는 최대한으로 개입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가 미·중과 동시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동시에 중시하는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한국판 뉴딜(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은 미·중 환경·에너지 협력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미국·중국·일본의 4자 협력체 구성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권 및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외교에 대해서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치외교는 대내적으로는 북한인권법·국가보안법·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비판에 동참하는 걸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가치외교에 동참할 경우, 우리나라가 미·중 갈등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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