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시대] 백신여권 도입 '시끌'...기대와 논란 사이

기수정 문화팀 팀장입력 : 2021-03-11 08:00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여권'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여권 외에 '백신여권'까지 챙겨야 해외여행이 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백신여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교류 재개와 비접종자 차별 문제로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향후 백신여권이 격리 없는 자유로운 여행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 

◆백신여권·트래블버블 향한 목소리 커져

1년을 훌쩍 넘게 지속하는 코로나19 상황에 여행에 목 마른 이가 늘기 시작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국내여행조차 많은 제약을 받았다. 강제 집콕생활에 지친 이들이 얻은 것은 코로나 우울이다.

상황이 장기화하자, 업계를 중심으로 방역 안전국 간 여행교류가 가능케 하자는 이른바 '트래블버블' 논의가 일었다. 이를 위해 자가격리 기간인 14일을 단계적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 우울에 지친 이들도 살리고, 업계도 살리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코로나19 음성 판정 등 자신의 건강을 증명만 하면 자가격리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앞으로 생체인식을 통한 '비접촉여행(Touch Less Travel)'이나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하는 '디지털 건강여권(Digital Health Passports)' 등장이 일상화할 것이라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예상대로 '건강 증명'을 내세워 여행객을 받는 방안은 일부 국가와 항공사를 통해 '공식화'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자, '백신 여권'을 도입하자는 세계적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날 '권리'를 부여하자는 주장이었다.

◆일부 국가, 제도 도입 준비과정 '착수'

실제로 일부 국가는 이미 백신 여권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슬란드는 ​가장 먼저 백신여권 도입에 나섰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지난 1월 21일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유럽연합(EU)에 디지털 백신 여권을 도입해 출입국 제한을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역시 백신 접종증을 검토 중이다. 모두 '관광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스라엘은 최근 체육관과 음식점 등을 출입하기 위한 디지털 백신 접종증 발급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그리스와 사이프러스 등 EU 국가와 사전에 협의해 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도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뿐만 아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도 다른 나라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상호 인증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태국 역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갖고 입국하는 방문자들에게 2주 격리를 면제해주고 일부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자국민도 상대 국가에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태국은 최근 '격리 골프상품'을 통해 우리나라 골퍼들을 비롯해 외국인 여행객을 받기도 했다. 

◆당국 "백신여권,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 

각국에서 백신여권을 검토하고, 트래블버블 논의가 이뤄진다는 소식이 잇따르자, 우리나라 역시 '백신여권'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매출이 90% 이상 급감하며 고사 직전에 처한 여행업계는 이 소식을 더욱 반겼다. 

정부는 백신여권 발급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방역당국은 우리나라도 백신여권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과학적인 근거와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정책을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움직임은 없는 만큼 향후 예방 접종률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백신 여권을 도입하고 제도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전문가 초청 코로나19 백신 특집 설명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국·영문으로 증명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해외 입국자가 예방접종증명서를 지참할 경우 자가격리 기간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에 대해 '여권' 형태로 국제적인 원칙을 만들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백신여권 둘러싼 논란, 풀어야 할 숙제들

백신 여권을 둘러싸고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속속 들린다. 백신여권이 보편화한다고 해도 과거 편하게 여행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과 의도치 않게 백신 접종을 못한 이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 인종이나 임신부, 백신 접종 후순위인 젊은 층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정성 역시 보장되지 못한다. 백신을 접종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EU가 승인하지 않은 러시아·중국 백신을 맞았을 경우 백신 여권을 발급해야 할지도 논의할 부분이다. 

여행객의 동선이 추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생활 침해' 우려도 낳는다. QR코드로 도입될 경우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계층 격차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백신 안정성과 차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여행객들에게 이동 제한 조치를 면제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백신여권을 둘러싼 논란은 기대만큼 뜨겁다. 전 세계 각국에서 백신여권 개발과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논의는 철저한 대책을 거쳐 시행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컴패션_PC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