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 대학들···3년 후가 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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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3-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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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대학교 신입생 충원율 87.6%···수도권과 지방 명암 엇갈려

  • 신입생 유치에 실패한 지방대는 재정 악화, 재학생도 피해 입어

  • 3년 뒤에 4만명 더 줄어드는 신입생, 정원 감축 위기

최근 대학가에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 닫는다”는 말이 떠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이 줄어들고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수도권보다 벚꽃이 먼저 피는 지방 소재 대학(지방대)이 경영 악화 끝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이미 대학교 신입생 충원율은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 대학 선호도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중이다. 신입생이 줄어들어 재정난을 겪는 대학도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떨어지는 신입생 충원율···수도권과 지방 대학 명암 엇갈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의 정원 내 모집 인원은 총 71만2609명이었으며 이 중 입학생 수는 62만4299명으로 충원율 87.6%에 그쳤다. 고등교육기관에는 일반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대학원, 전공대학,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 사내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 기능대학이 포함된다.

고등교육기관 신입생 충원율은 지난 10년간 감소세를 그렸다. 2010년 94.3%에 달했던 신입생 충원율은 2016년 90%를 기록한 후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 인원을 줄이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청년 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0년 대학 모집 인원은 78만3600명, 입학생 수는 73만9258명이었다. 대학이 10년 동안 모집 인원을 7만명 이상 줄이는 동안 신입생 수는 11만명이나 줄었다.

충원율 문제는 지방대에서 더 부각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은 서울의 경우 지난해 5.6대1에서 올해 5.3대1로 다소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은 3.9대1에서 2.7대1로 크게 하락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미충원 상당수가 지방대 몫이다. 정시에서 3곳에 응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방대 미달’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신입생 추가 모집 기간에도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62곳이 추가 모집한 학생 규모는 2만6129명으로 전년도(9830명)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의 추가모집 인원은 2240명으로 전체 중 8.6%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2만3889명으로 91.4%에 달했다.

추가 모집까지 나섰음에도 결국 정원을 채우는 데 실패한 대학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 2일 기준 전남대(광주‧여수)는 일부 과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처음 겪었다. 조선대와 호남대(광주)는 전체 학과 중 절반가량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또한 극동대(음성), 세명대(제천), 인제대(김해), 원광대(익산) 등도 70%대 충원율에 머물렀다. 올해 신입생 최종 등록률도 80.8%로 전년보다 19% 떨어진 대구대에서는 김상호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앞서 사학비리 재정난 문제 때문에 교육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몇몇 대학은 신입생마저 사라지자 폐교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8월 부산에 있는 동부산대는 교비 횡령 등을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으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폐교됐다. 지난 1월 전북 군산 소재 서해대학교 역시 이사장이 교비 등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입생이 급격히 감소해 결국 폐교됐다.
 

8일 대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실기실에서 학생들이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고 디자인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방대 신입생 유치 실패, 학생·상권까지 영향
대학의 신입생 유치 실패는 대학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재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동부산대와 서해대 재학생과 휴학생은 다니던 학교가 폐교되자 인근 대학에 유사한 전공, 같은 학년으로 특별 편입학해 새 대학에 적응해야만 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 예산이 줄어든 대학은 재정 악화를 겪고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되면 재학생은 학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국가 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 관련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한 대학생은 “인근 대학이 부실 대학으로 선정돼 교직원 월급도 주기 어렵고 학생들이 국가장학금도 못 받는다고 해 뒤숭숭한 것을 봤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가 인근 상권도 울상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생을 상대로 한 원룸, 하숙집 등 임대업자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도 함께 불황을 겪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폐교 인근이) 원래 대학가 상권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그조차도 이제 다 무너져 버렸다. 상권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폐교의 연쇄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3년 뒤에 신입생 4만명 더 줄어들어... 대학 재정위기 현실화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지방대의 신입생 감소는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21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41만4000명으로 입학 정원 48만5973명보다 7만여명 적다. 지금 입학정원을 유지하면 2024년 신입생 충원율은 79%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역시 만 18세 인구가 2021년 47만6000여명에서 2024년 43만여명으로 4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연구소 관계자는 “2024년까지 계속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3~4년 후에는 지방대 충원율이 60~7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대학은 재정이 부족해도 지리적 이유로 신입생이 이어진다. 반면 재정이나 교육 여건이 안 좋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은 정원 감축이 필요하고 등록금 수입 감소가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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