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청년, 그리고 농업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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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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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도시에서의 일상을 잠시 접고 고향마을로 돌아온 여주인공이 제철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농촌 생활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청년층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지난해 발표된 ‘2019년 귀농어‧귀촌인통계’ 자료를 보면 약 33만 가구 46만명이 귀농‧귀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30대 이하 청년층은 약 22만명이다. 동반 가구원으로 들어온 8만여 명을 제외하면 귀촌인구는 약 14만명, 귀농은 12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를 본다면 농촌에 유입된 30대 이하 청년층의 99%는 휴식적인 삶을 추구하는 귀촌에 집중돼 있고, 농업을 직업으로 삼아 귀농을 선택한 비중은 1%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농촌 유입을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향, 즉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X)을 병행하는 ‘반농반X(半農半X)’에 대한 선호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도시에서의 치열하고 경쟁적인 삶보다 개인의 행복과 여유를 찾는 휴식의 공간으로 농촌을 찾고 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농가 수는 매년 평균 2만호씩 감소하고 있고 농가인구 역시 줄어드는 추세이다. ‘2019년 농림어업조사결과’를 보면 40세 미만 농가인구는 약 35만4000명으로 전체 농가인구 중 15.9%를 차지한다. 또한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약 7000가구로 전체 농가 경영주 가운데 0.7% 정도이다.

현재와 같은 감소 추세가 지속할 경우 2025년 40세 미만 경영주는 0.4% 수준인 4000명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청년층의 적극적인 농업 진출이 없다면 우리 농업의 지속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 귀촌에 집중된 청년층의 영농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예비 청년농업인이 어렵지 않게 농업에 진입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영농기술, 지원정책 등 농산업 분야 창업 등에 관한 자료를 손쉽게 찾아보며 본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청년농업인 맞춤형 종합정보지원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또한 청년들의 다양한 창업 지원과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비즈니스 활동에 도우미 역할을 할 지자체별 기술창업 전문가도 육성할 계획이다. 기술창업 전문가가 안전한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창업, 유통, 온라인 네트워크 활동 등 1대1 맞춤형 지도를 통해 청년농업인의 전문성과 자립도를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청년농업인의 자유로운 정보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드론·스마트팜 활용 과정이나 기술창업 교육 등 청년농업인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전문교육도 확대 운영된다.

농산업 분야의 아이디어 실현과 기술창업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스타트업 그룹 육성, 펀딩, 경영컨설팅 지원 등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새롭게 마련될 예정이다.

얼마 전 충남 당진으로 귀농한 청년농업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농업인, 특히 창업농이 된 소감을 물어보니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선택한 길이 얼마나 좋은 길인지 알게 된다"며 "농업은 내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청년 농업인들은 참신한 농업을 추구하고 있다. 경험과 감각에 의존한 생산 중심의 농업이 아닌 디지털 농업, 아이디어 기술창업,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등을 통해 농업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농업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업과 기술지원을 펼쳐 직업으로서 농업의 위상을 높이고 ‘살고 싶은 농촌, 삶이 행복한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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