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는 ‘마법의 체험’...권하윤 작가의 VR 퍼포먼스

전성민 기자입력 : 2021-02-27 00:00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 3월 28일까지 윤범모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 예술의 경계 확장“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의 한 장면. [사진=전성민 기자 ]


미술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작품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VR 장비를 한두 번 써본 게 전부라 더욱 궁금했고 어떤 작품일지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생각을 멈추고 작품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전시관 출입문을 넘어선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권하윤 작가의 VR 퍼포먼스인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가 오는 3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전시 관람 예매 창을 열면 금세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spoiler)가 담겨 있기 때문에, 전시 관람 예정인 분들은 나중에 읽어볼 것을 권한다.

30~35분 정도 소요되고 5명이 함께 체험한다는 정보만 가진 채 커튼을 젖히고 방에 들어갔다. 중앙에는 3개의 VR 장비가 놓여 있었고, 각종 도형으로 이뤄진 바닥에는 줄이 처져 있었다. ‘수수께끼의 방’에 온 것처럼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한 남성이었다. 갑자기 바닥의 선을 따라 움직이며 걷기 시작했다. 나랑 같은 관람객이 아닌 공연 예술가(퍼포머)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깜짝 놀랐다. “가운데로 오세요”라고 말한 그는 VR 장비 착용을 도와줬다.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의 가상현실 모습.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현실이 가상현실로 순식간에 바꿨다. 너무 신기해 고개를 두리번두리번했다. 실험실 같은 가상의 공간은 강렬한 색채로 뒤덮인 세상이었다. 구슬은 꼬불꼬불한 선을 타고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처음보는 꽃도 신기했다. 

공연 예술가의 안내를 따라 주어진 과제를 하나하나씩 해봤다. 마법의 순간이 펼쳐졌다. 손 모양이 깜빡이는 곳에 손을 갖다 대자 가상현실은 현실처럼 즉각 반응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변했다. 

평소에 현실에서 상상했던 마법이 눈앞에 펼쳐졌다. 생명의 씨앗을 심고, 반딧불이를 모으고, 아름다운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해리포터가 부럽지 않았다.

가상현실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게 했다. 작품 체험 후 만난 권하윤 작가는 “작은 생명인 반딧불이와 크고 먼 행성인 별은 사실 다른 개체이지만, 상상의 공간에서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VR 장비를 썼기에 가장 먼저 장비를 벗었다. 가상현실에 다녀온 사이, 아까와는 다른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2명이 VR 장비를 쓰고 있었고, 1명이 아닌 2명의 공연 예술가가 바로 옆에서 이들을 돕고 있었다. 그들은 관람객의 동작을 옆에서 따라하며 함께 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나의 모습이다. 

권 작가는 “영상뿐만 아니라 현실과 가상현실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공연예술가들이 중요하다”며 “VR 장비를 쓴 관객의 몸 동작은 가상현실에서 멈추는 게 아니다. 옆에서 공연예술가가 같은 동작을 함에 따라 이를 현실로 이끌어오는 것이다”고 짚었다.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라는 제목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권 작가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관람객에 따라 모든 공연이 다르다”며 “이 모든 작업이 최종 작업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권하윤 작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는 오는 12월 5일까지 서울관에서 진행되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의 첫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부터 장르를 확장하고 영역 간 경계를 허무는 다학제, 융복합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동시대 광장’(2019년)과 ‘모두를 위한 미술관’(2020년) 등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공연·전시 등을 선보이며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다원예술 프로그램 주제는 ‘멀티버스(다중우주·Multiverse)’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감각과 사유방식을 보여주는 동시대 예술을 살펴본다.

물리학 가설인 ‘다중우주론(multiple universes)’에서 파생된 용어인 멀티버스는 우리 우주 외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멀티버스는 영화와 SF소설 등 대중문화에서도 다뤄지며 우주와 세계를 인식하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데 활용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는 가상현실·인공지능·드론·자율주행과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며 질문하도록 제안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문화시설 실감콘텐츠 체험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권하윤, 김치앤칩스, 서현석, 안정주/전소정, 정금형, 후니다 킴 등 총 6팀이 참여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는 예술의 경계를 보다 확장하는 동시에 지금의 융‧복합 시대정신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라며, “상상력의 충전소인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은 최첨단 과학기술과 만난 흥미로운 작품들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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