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대한민국] ① 비대면 수업 1년... 학력 격차 커지고 교권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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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2-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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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간 학력 편차 더 커지고 사교육 의존↑... 대학생은 등록금 환불 요구

  • 올해도 비대면 수업 이어져, 비대면 위한 교습법 필요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한민국 사회·경제의 모습을 180도 바꿨다. 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연재를 통해 조망한다.

“선생님 별풍선 쏠 테니까 리액션해 보세요.”, “질 떨어지는 수업에 등록금 아깝습니다.”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학생이 교사를 BJ 취급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학부모들은 수업을 불신하고 그사이 학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 대학가 상권은 죽고 대학생들은 강의에 실망해 환불을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계는 비대면 수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팬데믹은 1년 이상 지속됐고 대부분 학생이 한 학년 전체를 학교 대신 집에서 보내야만 했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비대면 수업 이후 학력 격차 더 커져···교사 인권 침해 사례도 발생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비대면 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학력 편차 심화였다. 지난 7일 한국교육개발원은 “많은 학생들의 생활 리듬이 망가지고 나쁜 습성이 고착화됐다. 학력을 비롯해 다차원의 역량 수준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도 학력 격차 심화를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초등교사 A 씨(29)는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학원 도움의 유무에 따라 편차가 원래 있었는데 비대면 수업 이후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 교육업계 종사자 역시 “한글과 구구단을 익히지 못하고 다음 단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늘어나 교사와 학생 모두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말 이대로 몇 년을 보내는 아이들은 학력 편차가 어마어마할 것 같다”, “책상에 노트와 필기구도 없이 앉아서 컴퓨터 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안하다” 등 비대면 수업에 대해 걱정을 표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불안한 부모의 마음은 사교육으로 향했다.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비대면 수업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했다"는 질문에 초·중·고교 학부모 응답자 중 72.6%가 동의했다. 교원과 학생은 각각 43.2%, 53.5%가 해당 문항에 동의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해 사교육이 심화되고 있음을 느낀 셈이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교사 인권 침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담임 교사의 원격 수업 장면과 함께 ‘선생님을 분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한 교사가 비대면 수업과 관련해 수시로 학부모들에게 욕설이 담긴 불만을 듣거나 시험 등 평가 결과에 지속해서 문제 제기를 받는 일도 생겼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원격수업이 시작될 때부터 교원들이 초상권 침해를 우려했다. 교육 당국이 교사의 인권 침해에 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시설 이용도 안 했는데 등록금이 똑같아요" 불만 목소리

[사진=연합뉴스]

1년 동안 강의실 대신 집에서 강의를 들은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대학생 최 씨(28)는 “캠퍼스를 물리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는데 등록금을 똑같이 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대학교는 특별 장학금을 통해 등록금 중 일부를 학생에게 돌려줬지만, 등록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지난 2일 중앙대학교가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대폭 축소하자 총학생회는 “등록금 실 납입액 대비 1~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예산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지난해 가을 신입생 등록이 전년 대비 13.1% 하락했다. 비대면 확산으로 인해 대학교 생활로 얻는 혜택이 줄고, 온라인 강의 참석률이 저조해지면서 대학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많은 대학생이 현재 대학 교육에 실망을 표하고 줄지어 휴학에 들어갔다. 잡코리아가 대학생 23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6.4%가 "이번 1학기에 휴학할 것"이라고 답했다. 휴학을 계획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원격 수업으로 강의 질이 낮아져서(40.9%, 복수 응답)"를 꼽았다.

대학교가 텅 비자 대학가 원룸촌에도 공실이 늘어났다. 이에 인근 상권도 함께 죽어가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몰린 신촌동에 위치한 상점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3171억원) 감소했다.
 
올해도 학교는 비대면·대면 수업 병행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비대면 수업은 당분간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학교는 2021학년도 신학기 첫 주에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전체 학생 중 최대 3분의 2가 등교하도록 준비한다. 다만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은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돼 매일 등교할 수 있다.

연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대부분 대학도 이미 강의에 따라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계획을 공지한 바 있다. 홍익대 등 일부 학교는 중간고사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교육학 박사)은 "원격수업은 대면수업과 비교해 교육을 하는 공간과 시간이 다르다. 학생들의 출석인정, 평가방법 등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 수업을 하는 주체마다 수업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원격 수업 경험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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