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짠내일기] ② 커피 대신 물 한잔… 2만원으로 일주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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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2-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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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 활동 줄었지만 함께 줄어든 지출액이 또 다른 즐거움

  • '티끌 모아 태산'은 아니어도 흙무더기 정도는 만들 수 있어

[편집자 주]​ 바른 소비습관이 재테크의 첫걸음입니다. '짠테크(구두쇠+재테크)'를 통한 지출 다이어트로 젊은 직장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푼돈' 아끼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주식 없이 오로지 짠테크로만 2억원을 모은 사람이 있다. 유튜브 채널 '강과장'을 운영하는 강상규 씨(37)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10년간 2억4000만원 정도를 모았다고 밝혔다. 10년 전 그의 첫 월급은 세후 103만원. 연봉은 1320만원에 불과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난해 JTBC 예능 프로그램 '돈길만 걸어요-정산회담'에서 강 씨가 공개한 지출명세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은 1만4000원. 이를 본 출연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우스갯소리로 "편지나 봉화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월 2만원을 넘지 않는 요금 비결은 '알뜰폰'이다. 알뜰폰은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일반 통신망보다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월급의 70~80%를 저축했다.
 

[사진=JTBC 예능 프로그램 '돈길만 걸어요-정산회담']

 
간식은 집에서 가져온 쿠키···짠테크는 만들어진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내 소비 습관의 현실이 문득 궁금해졌다. 카드사 앱으로 최근 내 소비 현황을 확인해보니 지난 6개월간 월평균 지출액은 71만원(통신비 제외)이었다. 이 중 절반이 외식·간식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해 줄줄 새는 월급 수도꼭지를 잠가보기로 했다. 자발적인 '만원의 행복'이다. 만원의 행복은 지난 2003년 MBC에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원 지폐 한 장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내용이다. 2003년 당시 최저임금은 2510원이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약 세 배 이상 오른 점을 고려해 2만원으로 일주일을 버티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소비 내역. 파란색 날짜는 카드를 사용한 날이다. 1~30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카드를 사용했다.
[사진=지난해 11월 소비 내역]


자발적 '만원의 행복'에 앞서 작전 타임이 필요했다. 6개월간 가장 지출이 컸던 지난해 11월 소비 내역을 보면, 한 달 지출액(82만9000원) 중 외식은 47만3200원으로 약 60%를 차지했다. 즉 외식만 줄여도 전체 소비 중 절반 이상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만원의 행복 첫날인 15일에는 편의점에서 늘 사 먹던 '빵' 대신 집에서 가져온 '바나나'로 아침을 대신했다. 아이스라테는 따뜻한 물 한 잔으로, 간식은 집에서 가져온 쿠키로 대체했다.

지출 다이어트는 저녁 일상도 바꿔놓았다. 지출의 절반인 외식 비용을 줄여야 하는 만큼 지인과 약속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퇴근 후에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일상 속 소소한 낙이었던 지인과 만남은 줄었지만, 며칠째 제자리걸음인 지출액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가짜 배고픔에 속지 않으면 지출의 10% 아낄 수 있다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에는 늘 '단 것'이 당긴다. 그렇게 지난 6개월간 편의점을 들락날락하며 매일 카드로 2000~3000원씩을 긁었다. 그러나 이는 '가짜 배고픔'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열량이 부족해 배고픔을 느끼는 생리적 배고픔과 달리, 체내 수분 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심리적 배고픔인 가짜 배고픔이 몰려오는 것이다.

뇌가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줄어든 체내 세로토닌 호르몬이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 가짜 배고픔에 속아 편의점에서 군것질로 쓴 돈은 11월 기준 약 8만원. 이 가짜 배고픔에 속지만 않았더라도 한 달 지출의 10%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
 

퇴근길에 산 과자와 콜라 하나. 내게 유일하게 허락한 2500원짜리 사치였다. [사진=홍승완 기자]

 
일주일간 외식을 멀리하고, 집밥을 가까이하며 생활하며 사용한 금액은 1만1600원으로 집계됐다. 목표액인 2만원에서 8400원을 넉넉하게 남겼다. 퇴근 후 지인과의 수다, 입 안을 즐겁게 한 온갖 군것질거리와 맞바꾼 금액이다.

하지만 이정표 없는 짠테크는 추진력을 잃기 쉽다.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저자 김지은 씨는 "돈에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연도와 현재 나이, 종잣돈, 총액 등으로 표를 나눠 100세까지 돈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94년생인 김 씨는 2017년 한 방송사 계약직 프로듀서(PD)로 일하면서 연봉 2400만원을 받았지만, 목표 저축액은 2000만원으로 정했다. 대신 주말 출근과 회사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목표액 달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또 김 씨는 "가계부를 쓰고, 자신의 고정 수입과 고정 지출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짠테크에 대해 "1억도 100원, 1000원부터 모인다. 이 간단한 공식을 깨달으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누수 지출을 막을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면, 티끌 모아 흙무더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현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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