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떠난 자리, 중국이 꿰찼다"...美바이든, '유럽 동맹 규합'에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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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2-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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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국제 데뷔 무대서 "미국이 돌아왔다"....트럼프 단절 공식 선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그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지만, 동맹 규합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얻은 것 없이 중국의 영향력 성장만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프레드릭 켐프 회장은 CNBC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 뮌헨에서 동맹을 모아보려 했지만, 중국의 영향력으로 단결이 쉽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더욱 창의적이고 집중적이며 협력적인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전날인 19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며 국제사회 데뷔를 마쳤다. 뮌헨안보회의는 1963년 창설한 유럽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회의로 범세계적인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15분 길이의 녹화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운을 떼며 다자주의 체제와 국제질서로 미국이 복귀했음을 선언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회의에 초청받아 "우리(미국)는 돌아올 것"이라고 한 발언에 스스로 화답한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한 단절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과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기존의 다자협력 체제의 국제질서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전통적인 동맹국을 홀대해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일과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꺼내들며 위협했던 2019~2020년 뮌헨안보회의는 유럽 국가들의 '미국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지난해 뮌헨안보회의 개막 연설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을 정도다.

반면, 후보 시절부터 자국 우선주의의 철폐와 국제질서 회복을 주장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각종 국제기구에 복귀하고 주독미군 감축 방침을 철폐하면서 동맹국 달래기에 나섰다.
 
        [출처=유튜브/CNBC]


이와 같은 기조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그는 "미국의 파트너십은 민주주의 가치 공유에 뿌리를 두고 있지, 거래가 아니다"라면서 "지난 몇 년간 대서양 관계가 긴장되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접어들면서 전 세계는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권위주의를 뽑는 이들과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이들로 양분해있다"면서 "우리는 세계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a fundamental debate) 한가운데 서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는 '변곡점'(an inflection point)에 있다"면서 "미국은 유럽과 재결합하고 협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결심을 굳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켐프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변곡점이란 용어가 세 차례나 등장한 것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제사회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경쟁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켐프 회장은 "이 순간에도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중국의 권위주의 모멘텀을 늦추기 어렵다는 공동 인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날 바이든은 역사의 방향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가 지속하는 동안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심은 이어진다는 점 △독일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와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미국과 유럽 각국 사이의 갈등 현안이 산적해있다는 점 등을 꼽아 미국이 쉽게 유럽 동맹국들을 규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켐프 회장은 "민주와 공화 양당은 모두 새로운 무역협정을 꺼려하기 때문에 바이든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그 사이 중국은 각각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중·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19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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