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공매도 공격에 주가 폭락한 中 '이항'···어떤 기업이길래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2-17 16:39
올해만 450% 오른 중국 '이항' 주가, 하루 만에 62% 대폭락 공매도 보고서에는 "이항은 떨어질 주식... 계약 조작에 허위 광고있다" 내용 담겨 제2 루이싱 커피될까··· 투자자는 사태 예의주시 해야 경고 목소리도
미래 운송수단 시장 제패를 꿈꾸던 중국의 유인 드론 제조사 ‘이항(Ehang)'의 주가가 하루아침에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항 홀딩스 ADR'의 주가는 전일 대비 62.69%(77.79달러, 약 8만원) 떨어진 46.30달러(약 5만원)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폭락은 미국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 리서치’가 발간한 33쪽짜리 공매도 보고서(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16일 울프팩 리서치가 공개한 '이항: 추락할 운명인 주식(EHang: A Stock Promotion Destined To Crash And Burn)' 보고서에는 이항의 가짜 판매 계약과 허위 광고 등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드론 택시' 시대 주역에서 가짜 의혹 받는 이항

지난해 11월 서울 한강에서 열린 K-드론관제시스템 비행 실증 행사에 참여한 이항의 드론 택시 'EH 216'.[사진=연합뉴스]

이항은 2014년 후화즈 이항 CEO(최고경영자)가 중국 광동성 광저우시에서 창업한 드론 제조 전문사다. 창립 4년 만에 유인 드론 자율비행 테스트에 성공한 이항은 해당 성과를 토대로 2019년 12월 나스닥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IPO(기업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이항은 2019년까지 연 매출을 두 배씩 늘리면서 손실 폭을 줄여왔다. 2019년에는 자율비행항공기(AAV) ‘EH 216’ 61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 드론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미래 이동 수단 ‘드론 택시’로 소개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임직원 수 200명을 넘긴 이항은 이달 들어 유럽 진출까지 노렸다. 이항은 노르웨이 법인 '이항 스칸디나비아 AS'를 세워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도심항공운송수단(UAM)과 드론을 이용한 헬스케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 교통수단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받았던 중국 스타트업은 보고서 하나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울프팩 리서치는 먼저 이항의 주요 고객인 중국 기업 '쿤샹'에 대해 취재한 자료를 근거로 이항이 쿤샹과 가짜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의 높은 주가는 가짜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수익을 조작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쿤샹은 이항과 6500만 달러(약 72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기 9일 전에 설립된 회사로, 주소도 거짓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쿤샹이 명시한 회사 주소 3곳 중 한 곳은 사무실이 아닌 호텔이었고, 다른 한 곳은 11층짜리 건물 13층에 위치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항과 계약을 맺기 전 쿤샹의 자본금은 140만 달러(약 15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쿤샹은 4개월 후 이항과 430만 달러(약 48억원) 규모의 추가 판매 계약을 맺었다. 쿤샹에게 계약 이행 능력이 없음에도 이항은 대외적으로 계약을 맺은 것처럼 보이게 해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게 울프팩 리서치 측의 주장이다.

뒤늦게 쿤샹이 제시한 높은 구매 단가를 신뢰할 수 없게 된 이항은 첫 번째 계약 금액의 1%로 드론 택시의 가격을 낮췄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은 이러한 사실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알리면서 드론 택시 가격 유지와 투자자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밀 유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이항 드론 공장. [사진=울프팩 리서치]

또한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의 드론 택시 생산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첨부된 이항 공장의 사진에는 완성된 드론과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는 커녕 텅 빈 공장 모습만 담겨 있었다. 드론 공장에는 생산 설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노동자와 원자재 재고도 없었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의) 드론 공장을 지키는 경비원은 한 명에 불과해 보안시스템도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이 주력 드론 택시 모델 'EH 216'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받은 비행 승인 발표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리서치는 “그동안 이항이 받은 승인은 레크리에이션 테스트 비행에 대한 것이다. 이 허가로는 드론 택시를 활용한 여객·운수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항이 만든 영어 홍보 자료에는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AAV를 상업적으로 여객 운송에 이용하는 승인을 받았다”고 강조돼 있다. 반면 중국어 홍보자료에는 ‘상업적’과 ‘여객’ 등의 단어가 빠져있었다. 감시의 눈이 느슨한 영어 자료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셈이다.

한 쿤샹 직원은 울프팩 리서치와 인터뷰에서 "이항 제품은 실제로 승인된 적이 없으며, 쿤샹은 이항 대신 다른 드론 택시 제품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제2 루이싱 커피 우려···투자자들, 사태 예의주시해야

후화즈 이항 최고경영자.[사진=중미혁신시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회사가 공매도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스타벅스 대항마로 주목받던 중국 ‘루이싱 커피’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해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작년 4월 매출을 4000억원 이상 부풀린 분식회계 사실이 공매도 투자기업 '머디워터스'에 발각돼 상장 폐지됐다.

올해 들어 450% 이상 오른 이항의 주가를 두고 증권가는 ‘제2의 루이싱 커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날 나스닥은 “이항 주식의 거래량이 평소보다 8분의 1 줄었다. 이는 울프팩 리서치 보고서로 인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항은 공식 성명을 내고 울프팩 리서치의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이항은 "보고서는 많은 오류와 근거 없는 진술이 담겨 있다"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미국 SEC와 나스닥 규정에 따라 지속해서 관련된 정보를 공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인 서학 개미들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항 주가 폭락으로 20억원을 손해 봤다", "이렇게 사기를 친 거면 상장 폐지까지 가야 한다" 등 이항과 관련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내 주주들의 이항 주식 보유 금액은 5억5000만 달러(약 6100억원)에 달한다. 해외주식투자 규모 중 9위다.

나스닥은 “긍정적인 보고서처럼 부정적인 보고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다만 (주주들은) 울프팩 리서치의 추가 보고서를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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